'중국 백신외교 겨냥' 인도 백신생산 확대 등 협의
전염병 대유행·공급망·5G·사이버 안보 등 논의할듯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백나리 특파원 =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대중국 견제 협의체로 알려진 '쿼드'(Quad)가 12일(현지시간) 첫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 4개국 정상은 이날 오전 화상으로 정상회의를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된 발언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은 그 지역의 안정을 위해 쿼드·동맹과의 협력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인도양 쓰나미 피해 후 공동대응을 위해 결성된 쿼드가 부침을 거쳐 2017년 재결성된 이후 실무 및 외교장관 수준의 회의는 여러 차례 개최됐지만 쿼드 정상들이 화상으로나마 얼굴을 맞댄 건 처음이다. 지난달 외교장관 화상 회의 이후 한 달도 안돼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특히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주변국을 위협하는 가운데 쿼드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팽창을 막기 위한 협의체로서 위상과 역할 강화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쿼드 참여국 정상들은 이날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기후변화, 사이버 안보, 경제 등에서 중국을 염두에 둔 다양한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과 상업에 관한 역내 도전을 언급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의 역할에 관한 솔직한 토론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상들은 쿼드 회의 후 인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 당국자는 쿼드의 이런 노력을 통해 2022년까지 인도의 백신 생산 능력을 10억 도스(1회 접종분)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이 자체 개발한 시노백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공급하며 백신을 고리로 국제사회 영향력 확대에 나서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평가다. 인도는 그동안 중국의 '백신 외교'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촉구해 왔다.
미 당국자는 추가된 백신 생산 능력은 동남아시아의 백신 접종 노력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전염병 대유행 기간 중국에 심하게 의존한 것으로 드러난 글로벌 공급망도 대처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반도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의 공급망에 대한 100일간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이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쿼드 4개국이 중국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이번 회의 때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공급망 분산 필요성을 확인하리라 전망했다.
5G와 사이버 보안 문제도 쿼드 정상회의의 논의 주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산 5G 장비 사용의 확산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각종 제약을 가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도 화웨이 일부 공급업체를 상대로 신규 제한 조치를 가하며 반(反)화웨이 정책을 계승·강화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았다는 해석을 낳았다.
또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이메일 소프트웨어를 노린 해킹 공격으로 미국의 기관, 기업 수만 곳이 피해를 봤고, 공격의 주체는 '하프늄'으로 불리는 중국 해커 조직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AP통신은 "이번 정상회담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커지는 경제적 경쟁에 직면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좀 더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3개국이 중국과 무역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에 의해 순수한 반중 블록으로 끌려가는 것을 경계한다며 이를 감안한 바이든 대통령이 직설적인 반중 메시지를 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