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1년만에 정권탈환 후 "쿠데타·독재 조사" 박차
우파 "근거없는 불법감금" 미주기구·유럽연합에 지원 촉구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지난해 10월 대선을 통해 1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볼리비아 좌파가 우파 임시 대통령을 체포하며 반격을 시작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1년간 볼리비아 과도정부를 이끌었던 자니네 아녜스 전 임시 대통령은 쿠데타를 모의하고 테러를 선동한 혐의로 이날 고향 트리니다드에서 체포돼 수도 라파스로 압송됐다.
유치장에 수감된 아녜스 전 임시 대통령은 "권력남용"이라며 "쿠데타를 일으킨 적 없으며 헌법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주기구(OAS)와 유럽연합(EU)에 볼리비아로 사절단을 보내 '불법감금' 사태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좌파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쿠데타로 구금된 사람만 1천500명을 넘고 다친 사람이 800여명, 숨진 사람이 36명이다"라면서 "독재 주동자와 공범들을 모두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녜스 전 임시 대통령 외에 전 법무장관과 전 국방장관 등 임시 정부 각료들에게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호세 미겔 비반코 미주국장은 "아녜스 전 임시 대통령과 임시 정부 각료들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아무런 근거 없이 이뤄졌다"라고 지적했다.
볼리비아는 지난 1년간 극심한 정치 혼란을 겪었다.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2006년 취임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019년 4선 연임에 도전해 1차 선거 승리를 선언했지만, 개표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그해 11월 사퇴했다.
이후 아르헨티나로 망명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사회주의운동(MAS)은 그가 쿠데타의 희생양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모랄레스가 사퇴한 후 측근들도 함께 줄줄이 사임했고, 대통령 승계순서는 아녜스 전 임시 대통령에게까지 왔다.
정권을 잡은 아녜스 전 임시 대통령은 망명 중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에게 체포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좌파 정권에서 시행된 정책을 180도 뒤집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치른 대선에서 루이스 아르세 MAS 후보가 55.1%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당선됐고, 상황은 다시금 반전됐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이 취소되자 1년 만에 망명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고, 수사당국은 '쿠데타' 수사에 착수했다.
honk021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