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자유 보호대상 아니야…즉각 철회돼야" 목청 높이기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학문적 불법행위', '가짜 학문'(fake scholarship), '가짜 뉴스', '(역사) 부정하기 초급 과정'(denialism 101), '거짓말'….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위안부 운동단체 '케어'(CARE)가 주관하고 한국계인 캘리포니아주 데이비드 민 상원의원이 사회자를 맡아 열린 화상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면서 이같은 거친 표현들을 쏟아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미국의 학자들은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학문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규탄했다.
패널로 참가한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학 현대 일본·한국·국제역사 교수는 "이 논문은 (역사) 부정하기의 초급 과정"이라며 "지금은 허위정보와 가짜 뉴스의 시대이며 누군가가 가짜 뉴스를 사실로 둔갑시켜서 그걸 학문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맹폭했다.
더든 교수는 "우리의 책임은 이걸 비판하고 이것은 학문의 자유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그(램지어 교수)는 뒤에 숨어서 보호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증거에 대해 정직하지 않으면 학문의 자유를 누릴 수 없고, 여기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증거가 없다면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페인터 미네소타대학 기업법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위안부 계약에 적용한) 게임이론은 통상 합리적인 참여자와 동의, 협상력을 전제로 한다"며 "아이들이 연루됐다는 건 제외하더라도 한쪽이 협상력이 전혀 없는 비대칭적 관계에 게임이론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페인터 교수는 "이것은 게임이론이 아니다. 왜냐하면 여기엔 합리적인 참여자가 없고, 거기엔 강압이 있었다"며 "이론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강력하게 설명해주지만 어떤 경우 이론은 또한 비극적으로 틀릴 수 있다. 음모론이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가짜 학문은 가짜 뉴스보다 더 심하진 않아도 그에 못지않게 파괴적이란 걸 강조하고 싶다"면서 "불행하게도 이 논문은 거짓말이다"라고 규정했다.
페인터 교수는 다만 "램지어가 하버드대에서 그의 직위를 잃어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학문적 자유는 보호돼야 한다"며 "그건 답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게 답이다. 바로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출신의 마이클 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는 "이것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일과 마찬가지"라며 "홀로코스트는 집시나 게이, 유대인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우리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따라서 우리는 이 이슈를 단순히 아시아나 한국, 또는 일본 사이의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이것은 우리 모두가 교육받은 인간으로서 이해하고 알아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또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게임이론 등 경제학의 언어를 이용해 근거 없는 역사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학계에 연판장을 돌렸는데 여기에는 지금까지 3천300여명이 서명했다.
최 교수는 "서명운동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원래 수백명 정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만에 약 1천건의 서명을 받았다"며 "게임이론과 경제학을 오용한 것이 그토록 많은 학자들이 강하게 반응하도록 하고 우리가 많은 서명을 받은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생각에는 이것은 출판할 만하지 않다"며 "이 논문에서 최악은 아주 피상적인 방식으로 게임이론을 이용하고, 이를 전문성을 위장하기 위해 썼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또 "어떤 저널들의 학문적 검토 기준은 그렇게 높지 않다"며 "나는 솔직히 이 이슈가 저널에 더 많이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이 논문을 출판하기로 한 법경제학국제리뷰(IRLE)의 수준을 지적하기도 했다.
페페 추 배서칼리지 일본학·중국학 석좌교수는 "위안부들이 일제가 점령한 땅에서 징집됐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를 회피하는 것은, 이 이슈를 단순한 한일 간 외교 분쟁으로 프레임 지으려는 역사를 부정하는 사람들의 흔한 전략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 여성의 성노예 이야기가 순전한 허구(fiction)라고 말했을 때 그가 희생자들과 말하거나 그들의 증언을 읽으려 해봤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들이 (위안부 사실을) 증언하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며 "우리 학자님들도 두려움 없이 나서 주시기 때문에 거짓이 드러나고 진실이 승리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역사 부정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일본이 한 번도 국제법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판결을 받은 게 없지 않으냐. 그래서 망언을 계속하는데 그러니 국제 사법재판소로 가서 판결을 받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또 '미국이 무엇을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미국의 모든 학교에서 위안부 문제를 가르쳐야 한다"며 "위안부 문제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의 여성 인권 침해였고 범죄였다. 과거를 잊으면 반복된다.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