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죄?'…캠퍼스 공개 프러포즈한 파키스탄 커플 퇴학

입력 2021-03-15 11:31  

'사랑이 죄?'…캠퍼스 공개 프러포즈한 파키스탄 커플 퇴학
프러포즈 동영상 SNS 화제 되자 즉각 반응
"행동강령 위반했다"며 캠퍼스도 출입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파키스탄의 명문대생 커플이 대학 안에서 공개적으로 약혼 프러포즈를 했다가 퇴학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14일(현지시간) 인디아 투데이,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 11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 젊은 남녀 커플의 프러포즈 이벤트를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보면 긴 생머리의 여성이 파키스탄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라호르 대학 캠퍼스에서 무릎을 꿇은 채 장미 꽃다발을 들고 남성에게 수줍은 듯이 프러포즈를 했고, 남성은 꽃다발을 받아들고 여성을 일으켜 세우며 끌어안는다.
주변에 있던 구경꾼들은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으며 일제히 축하의 환호를 보냈다.
영상은 온라인에 오르자마자 즉각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이들이 다니는 라호르대학 당국에도 알려졌다.
학교 측은 이들에게 규정 위반을 이유로 특별징계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요청했지만 커플은 잘못한 것이 없다며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학은 커플에게 퇴학과 함께 캠퍼스 출입 금지를 결정했다.
라호르 대학은 성명에서 "학생들이 징계 청문 절차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이들은 대학의 가치와 캠퍼스 행동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밝혔다.


퇴학 결정이 내려진 커플은 사과를 거부함과 동시에 강하게 반발했다.
프러포즈한 하디카 자베이드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은 만큼 사과할 일이 없다"고 밝혔고, 그녀의 약혼자 세히라 아메드도 "우리가 라호르 대학에서 공개적으로 프러포즈한 것에 무슨 잘못이 있는지 누가 좀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도 많은 커플이 캠퍼스에서 프러포즈를 해 왔다고 덧붙였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파키스탄에서는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공개적으로 애정 표시를 하는 것은 문화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
일부 대학은 여학생이 청바지나 탱크톱을 입거나 화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남녀 학생 간 신체 접촉을 제한하는 곳도 많다.
많은 여성이 이에 불만을 느끼고 있지만, 사실상의 불문율인 만큼 따르고 있다.
라호르 대학의 퇴학 결정과 관련해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진보적인 대학생 공동연합'은 이번 결정을 비판하면서 "대학에서의 도덕적 감시가 최근 일반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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