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끝나지 않는 갈등…전 임시대통령 '쿠데타' 혐의 수감

입력 2021-03-16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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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끝나지 않는 갈등…전 임시대통령 '쿠데타' 혐의 수감
좌파 정부, 모랄레스 퇴진 상황 관련해 우파 임시정부 인사들 겨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퇴진을 전후로 격화한 볼리비아의 첨예한 정치 갈등이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일간 엘데베르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자니네 아녜스(53) 전 임시 대통령은 이날 수도 라파스의 여자 교도소에 수감됐다.
2019년 11월 모랄레스 전 대통령 퇴임 이후 1년간 우파 임시 정부를 이끌었던 아녜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3일 테러와 선동 등의 혐의로 체포됐으며, 14일 법원으로부터 4개월의 예비적 구금을 명령 받았다.
볼리비아 수사당국은 당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퇴진 상황이 '쿠데타'였으며, 아녜스 등 임시 정부 인사들이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임시 정부 장관 2명도 이날 함께 수감됐다.
아녜스 전 임시 대통령은 수감 전 트위터에 "그들(정부)은 일어나지도 않은 쿠데타로 나를 감옥에 보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당 사회주의운동(MAS) 정부가 볼리비아에 독재정권을 세우려고 한다"며 미주기구(OAS)와 유엔에 볼리비아에 감시단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극심한 사회 혼란으로까지 이어진 볼리비아 정치 갈등의 발단은 2019년 10월 대선이었다.
2006년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취임한 좌파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당시 4선 연임에 도전해 1차 투표 승리를 선언했지만, 석연찮은 개표과정 탓에 부정 시비가 일어났다.
전역에서 대선 불복 시위가 거세지고 미주기구까지 나서 부정이 있었음을 시사하자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그해 11월 쫓기듯 물러나 망명길에 올랐다. 군 수장의 퇴진 '권고'가 결정타가 됐다.
이후 모랄레스는 자신이 쿠데타의 희생양이라고 줄곧 강조해왔다. 볼리비아의 리튬 이권을 노린 미국이 배후에 있다고도 주장했다.
당시 대선 부정에 항의하는 이들과 모랄레스 사퇴에 반발하는 이들이 번갈아 격렬한 시위를 벌이면서 3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아녜스 임시 정부는 혼란의 책임을 모랄레스 전 대통령에 돌리고 아르헨티나에 망명 중인 그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모랄레스가 이끄는 MAS의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이 당선되며 전세가 역전됐다.
모랄레스는 혐의를 벗고 귀환했고, 재집권한 좌파 정부는 우파 임시 정부를 겨냥해 쿠데타 수사를 본격화했다.
고조되는 정치 갈등 속에 사회 혼란도 다시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엘데베르에 따르면 이날 최대 인구도시 산타크루스에서 아녜스 등의 구금에 반대하는 시위가 예정됐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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