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감소 기대에 "대마초, 이미 카르텔 주 소득원 아냐" 반론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가 기호용 대마초 합법화를 눈앞에 두면서 합법화가 마약 범죄 감소로 이어질지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멕시코 하원을 통과한 대마초 합법화 법안은 그간 음지에서 이뤄지던 기호용 대마초의 재배와 가공, 판매 등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법안을 추진한 여당 국가재건운동(모레나·MORENA)은 합법화 기대 효과 중 하나로 '범죄 감소'를 내세웠다.
'카르텔'로 불리는 여러 마약 밀매 조직들이 멕시코 국내외 마약 시장을 놓고 치열한 영역 다툼을 벌이는 멕시코에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력범죄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만 3만4천515명이 살해됐는데, 비정부기구 '범죄신호등'은 멕시코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의 80%는 마약 카르텔 등 범죄조직의 충돌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대마초 산업이 제도 안으로 들어와 카르텔이 놓고 싸울 암시장 자체가 사라지면 그로 인한 범죄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여당과 합법화 지지자들의 기대다.
'범죄신호등'의 산티아고 로엘 대표는 EFE통신에 "암시장에서 거래되던 대마초와 다른 마약을 합법화하면 범죄가 감소할 것"이라며 "범죄와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총알이 아니라 경제원리를 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대마초 합법화가 멕시코 치안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며 법안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그러나 대마초 합법화가 범죄 감소에 미칠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미 대마초가 멕시코 카르텔의 주 소득원이 아니기 때문에 대마초 암시장이 사라져도 큰 영향은 없다는 것이다.
국제위기감시기구의 팔코 에른스트는 EFE에 대마초 합법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카르텔의 생존이 대마초 생산과 유통에 달려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펜타닐, 헤로인, 메스암페타민, 코카인 등 수익성이 더 높은 다른 마약들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 소속인 미겔 바르보사 우에르타 푸에블라 주지사조차 지난 12일 "대마초가 가장 흔히 소비되는 마약이긴 하지만 요즘 마약상들은 다른 마약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 밀레니오는 전했다.
멕시코에 앞서 최대 시장인 미국의 여러 주가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화하면서 멕시코 카르텔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대마초도 이미 감소세라고 EFE통신이 미국 마약단속국(DEA)을 인용해 전했다.
마약 관련 탐사보도로 유명한 멕시코 언론인 아나벨 에르난데스도 최근 기사에서 멕시코에서 압수된 대마초 양이 2010년 230만㎏에서 2018년 23만㎏로 급감했다며 "대마초 합법화가 카르텔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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