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찰 "400명 미얀마 난민 중 상당수"
미얀마 소방관 "물대포 진압 거부한 뒤 아내와 자녀 4명 남겨두고 피신"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물대포를 쏘라는 명령에 복종할 수가 없었습니다."
미얀마 군경이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민들에게 마구 총격을 가하면서 연일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과 소방관들이 진압 명령에 불복한 뒤 인근 국가인 인도로 대거 피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지금까지 인도로 들어간 미얀마 난민이 400명에 달하며 이중에는 경찰관들이 대거 포함됐다고 인도쪽 접경 지역인 미조람 주의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인도로 피신한 미얀마 경찰들은 시위대에 총격을 가하라는 군사정부의 명령을 거부한 뒤 처벌을 피해 인도로 넘어왔다.
그는 "지난 금요일에만 116명이 국경을 넘었는데 이중에는 경찰과 소방관이 다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미얀마인 유입을 막으라고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관공서에 지시를 내렸다.
앞서 인도 정부는 자국으로 피신해 온 미얀마인 136명 가운데 8명을 송환했다고 AFP통신과 현지 언론이 지난 10일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산악지대로 들어오는 미얀마 국민들을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접경 지역의 두 나라 시민들은 인종·문화적으로 강한 유대감을 지니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미안마에서는 군경의 무차별 총격 등 유혈진압으로 인해 군부 쿠테타를 규탄하는 시민 140여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인 15일에는 6명이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과 목격자들을 인용해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조람주 참파이 지역의 한 마을에 머물고 있는 미얀마 소방관은 지난달 18일 물대포를 쏴서 시위대를 해산시키라는 상부의 명령을 듣지 않고 20명의 다른 동료들과 함께 근무지에서 이탈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이름을 '꼬'라고 밝힌 올해 34세의 이 남성은 친주(州) 소방관서에서 일했다면서 근무복을 입은 사진을 보여준 뒤 "시민들의 저항운동을 지지하며 군부의 지배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시위에 동참한 뒤 숲속으로 숨었다가 결국 군경이 수색에 나서자 아내와 4명의 자녀를 남겨둔채 인도로 들어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도에 16명의 미얀마 소방관들이 은신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가족들의 안전을 묻는 질문에 "그것은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이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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