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지나 한 달 새 서울 17%, 경기 19%, 세종 10% 증가
공시가격 발표 하루만에 17개 시도에서 매물 일제히 늘어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2·4 공급 대책과 설 연휴를 거치며 소폭 증가세를 보인 아파트 매물이 한 달 새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났다.
16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전(2월 16일)보다 16.8% 증가했다.
이 기간 서울 25개 구 전역에서 매물이 늘었다.
노원구(30.6%)의 매물 증가율이 가장 컸으며 은평구(25.8%), 도봉구(23.6%), 서대문·동대문구(23.2%), 중랑구(23.1%), 강북구(20.2%), 양천구(20.0%), 구로·송파구(19.8%), 강서구(19.3%)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아파트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공급 대책을 골자로 한 2·4 대책 발표와 설 연휴를 거치며 매물이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 등의 보유세 기산일인 6월 1일 이전에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다주택자들이 점점 늘면서 매물이 본격적으로 쌓이기 시작했다.
6월 1일 이후에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율도 현재보다 10%포인트 올라가기 때문에 주택을 처분할 계획이 있는 다주택자들은 지금 팔지 않으면 세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아파트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35.0%)의 매물이 가장 많이 늘었으며 대구(28.7%), 경기(19.2%), 부산(18.6%), 세종(10.2%)도 모두 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전날 국토교통부가 급등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한 뒤 하루 새 전국적으로 매물이 늘었다.
유거상 아실 공동대표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체감상 30∼50% 올라 전국적으로 매물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아파트를 처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급등한 공시가격 확인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서서히 안정세를 찾아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43㎡는 지난달 9일 24억원(9층)에 팔렸으나 이달 2일 23억2천만원(6층)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래미안강동팰리스 전용 84.97㎡도 지난달 19일 15억4천500만원(15층)에서 이달 5일 14억원(10층)으로 가격이 내렸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 현대홈타운 전용 84.915㎡는 지난달 6일 8억2천700만원(7층)에서 이달 1일 7억9천500만원(14층)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세종(70.68%)과 경기(23.96%)에서도 매물이 쌓이며 가격이 하락하는 아파트 단지가 하나둘씩 늘고 있다.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5단지(푸르지오) 전용 114.16㎡는 지난달 6일 역대 최고가인 8억3천만원(9층)에 팔렸지만, 이달 8일 7억8천만원(7층)으로 실거래 가격이 5천만원 빠졌다.
이 일대에서 중개업을 하는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가 내놓은 급매물은 없지만, 입주 가능한 물건이 8억∼8억1천만원에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벽산타운4단지 전용 84.4㎡는 지난달 7일 8억5천만원(15층)으로 역대 최고가에 매매 계약서를 썼지만, 이달 6일 7억8천만원(6층)으로 가격이 하향 조정돼 거래가 성사됐다.
이 단지 근처에서 영업하는 한 중개업소의 대표는 "이전보다 매물이 늘었으나 급매물이라고 할 정도의 싼 가격에는 나오지 않는다"며 "현재 전용 84.4㎡는 세를 끼고 호가 8억원이 가장 저렴한 매물"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6월 전에 팔려면 적어도 2∼4월에는 계약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세금 회피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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