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부족·농장 노동 등으로 노출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국 라틴계 공동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보호막이 취약한 탓에 올해 기대수명이 크게 단축되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연방 통계를 분석한 결과 라틴계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2019년 상반기 81.8년에서 2020년 상반기 79.9년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도 74.7년에서 72년으로 큰 폭으로 내려갔다.
백인도 78.8년에서 78년으로 단축되긴 했으나 라틴계나 흑인만큼 가파르게 감소한 것은 아니라고 WP는 진단했다.
실제로도 코로나19는 라틴계 주민 사이에서 치명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통계를 추적해온 '코비드 트래킹 프로젝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달 현재 35∼49세 라틴계 주민의 코로나 사망률이 백인의 5.5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에는 격차가 거의 7배로 더 컸다.
이 연령대의 캘리포니아주 주민 중 라틴계 비중은 41.5%인데, 사망자 중에서 라틴계 비중은 무려 74%에 달하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전체 라틴계의 기대수명은 3년가량 단축될 것으로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내다봤다.
이는 백인 기대수명 단축의 3배 이상이 되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코로나19에 라틴계가 특히 취약한 이유는 복합적인 것으로 진단됐다.
UCLA 의과대학원(DGSOM) 산하 라티노 건강·문화 연구소 관계자는 "공동체가 매우 단단한 사회적 보호막을 갖추고 있을 때는 코로나가 크게 활개 치지 못한다"면서 "하지만 의료 보험 부실, 지원 부족, 불가피한 외부 노출, 저소득 등으로 보호막에 커다랗게 벌어진 구멍이 있는 공동체로는 코로나가 곧장 침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캘리포니아주에는 농장 일자리가 거의 모두를 라틴계, 이민자로 채워져 있다"면서 "그들은 식량을 공급하다가 감염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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