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 생명 위태로울 때 수개월 치료해줘
순찰 중 익숙한 울음소리 듣고 다가가 만나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태국의 야생 코끼리가 12년 전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수의사를 다시 만나자 바로 알아보며 반갑게 재회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태국 국립공원·야생동식물보호국(DNP) 소속 수의사인 파타라폴 마니온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과거 치료했던 코끼리와 최근 재회한 일화를 소개했다.
게시물을 올린 3월 13일은 태국에서 '코끼리의 날'이기도 하다.
파타라폴은 최근 순찰 중 과거 귀에 익숙했던 코끼리 울음소리가 들려 그에게 다가갔다.
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2009년 치료해줬던 '플라이 탕'이라는 거대한 수컷 코끼리였다.
지금은 무려 31살로 추정되는 이 코끼리는 당시 태국 남부 라용의 삼림지대에서 치명적 기생충 질환인 트리파노소마증(trypanosomiasis)에 걸린 채 발견됐다.
플라이 탕은 열이 나고 식욕이 없었으며 얼굴, 목, 배 부위가 부어오르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 눈에는 염증이 생겼고 빈혈도 앓고 있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코끼리는 북부 람빵으로 옮겨져 파라타폴을 비롯한 DNP 소속 수의사들에게 치료받은 덕에 점차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고 수개월 후 다시 자연으로 방사됐다.
파라타폴은 12년 만에 '플라이 탕'과 조우했을 때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더니 녀석 역시 코를 뻗어 내 손을 접촉하며 '코인사'로 화답했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은 동행한 직원에 의해 카메라에 잘 담겼다.
그는 "플라이 탕은 야생에 길들여진 탓에 사나운 성격이었지만, 처음에는 병 때문에 매우 약했고 완쾌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녀석은 매우 똑똑하고 스스로 돌볼 줄 알았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최근에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서로를 기억하고 인사했다. 그의 행동은 분명히 나를 잊지 않은 모습이었다. 매우 특별한 순간이었다"라며 감탄했다.
태국 야생에는 현재 3천∼4천 마리의 코끼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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