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 첫 메시지에 '로키'대응…대북정책 판 깨질라 '조심조심'

입력 2021-03-17 07:15  

미, 북 첫 메시지에 '로키'대응…대북정책 판 깨질라 '조심조심'
김여정 '발편잠' 경고에 블링컨 "발언 알아"…국무부는 블링컨 답변 반복
백악관도 "답변 없어"…국무·국방장관 한일순방 속 북 자극 불필요 판단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대북정책 새판짜기에 돌입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언어적 도발에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고 '발편잠을 자려거든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말라'고 바이든 정부에 대한 첫 공개 경고를 했지만, 성명을 내지 않는 것은 물론 언론의 관련 질문에도 직접적인 대응을 삼가고 있다.
젤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북한 관련 질문을 7개나 받았다. 전날 나온 김 부부장의 대남·대미 비난 발언 탓이었다.
하지만 포터 부대변인은 김 부부장의 언급에 대한 논평 요청에 기존에 나온 미 정부 입장을 되뇌는 게 전부였다.
그는 김 부부장 발언에 대한 대응 여부를 묻자 해당 보도를 확실히 알고 있다면서도 방일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전날 답변을 반복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관련 질문에 "그 발언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오늘 가장 흥미를 느낀 것은 우리 동맹들과 파트너들의 발언이다. 그것이 우리가 이 지역에 온 이유"라고만 했다. 김 부부장 발언에 대한 응답과 관련한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포터 부대변인은 미국의 대북 스탠스에 대한 추가 질문에도 "추가로 발표할 게 없다"라거나 "대북정책을 철저히 검토 중"이란 말을 반복했다.
한미연합훈련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국방부에 물어봐야 할 사안이라며 넘어가기도 했다. 한국 정부가 미중 경쟁 국면에 미국에 협력할 것으로 보느냐는 취지의 질문엔 "한국은 미국의 가까운 파트너"라면서 한국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싶다는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백악관도 마찬가지였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펜실베이니아행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이 김 부부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직접적인 언급이나 답변할 것이 없다"며 블링컨 국무 및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국과 일본에서 카운터파트를 만나 지역 안보를 논의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이처럼 미 정부가 북한의 첫 대미 메시지에 '로키'로 일관하는 것은 현재 검토 중인 새로운 대북정책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등 기존 정부 정책과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전망되는 바이든표 대북정책 검토가 국무·국방장관의 한국·일본 방문을 기점으로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굳이 판을 흐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자칫 정교하지 못한 대북 반응이 나갈 경우 북한의 맞대응 등 갈등의 상승작용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어 미국으로선 북한을 굳이 자극할 필요가 없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요로를 통해 북한에 수 차례 대화 의지를 탐색한 사실을 공개한 상황과도 맞닿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교를 통한 접근이라는 큰 틀을 제시한 상황에서 굳이 긴장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중순 이후 세 차례 북한과 접촉하려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익명의 미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이 미국의 한반도 정책 최고위급 '투톱'인 국무·국방장관의 한일 방문 시점에 메시지를 내놨다는 점에서 노림수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오는 18일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협의를 앞두고 전선이 다변화할 경우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미 NBC뉴스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로 하고 톤다운 된 어조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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