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운동' 이후 주총…'온라인 중계'에도 주주 900여명 참석
전자표결기 도입해 안건마다 투표…이재용 거취 문제 질문도
(수원=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200만명이 넘는 '동학개미'를 보유한 삼성전자[005930] 정기 주추총회가 17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진행됐다.
'동학 개미운동' 이후 주주 수는 215만명(2020년말 기준)까지 급증했는데, 코로나19 상황과 전자투표 제도, 처음 도입된 온라인 중계 등으로 주총장에는 작년의 2배 수준인 900여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올해는 참석 주주들에게 전자표결 단말기를 지급해 '박수 통과' 대신 모든 안건에 투표를 할 수 있게 한 것도 눈에 띄었다.
이날 삼성전자 주총이 열린 수원컨벤션센터에는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입장을 대기하는 주주들이 보였다. 초등학생 어린이부터 지팡이를 짚은 백발의 노인까지 각계각층의 주주들이 차례로 발열을 확인하고 신분 확인 후 행사장에 입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수원컨벤션센터 3층(3천040㎡)만 대관해 주총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주주 숫자가 작년보다 4배가량 늘어난 것을 고려해 1층(7천877㎡)까지 대관했다. 원래 7천석 이상 가능한 면적의 공간에 1천200석의 좌석만 배치했다.
주총장 내부에는 2m 간격으로 떨어져 의자를 배치했고, 주주들이 발언할 때 사용한 마이크는 일회용 덮개를 부착했다.
주주총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박수로 통과하겠습니다"는 말은 올해 삼성전자 주총에선 들리지 않았다.
상장회사에서는 안건에 대한 실질적인 표결이 사전 투표와 위임장을 통한 의결권 행사 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박수 통과'가 흔히 사용되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참석 주주들에게 전자표결 단말기를 지급해 모든 안건에 대해 표결을 진행하게 했다.
이는 주주 구성이 젊어지며 주주총회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주주들이 '박수 통과'에 대해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중계 시스템과 사전 온라인 질문이 도입된 것도 특징이다. 김기남 부회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들은 이날 주총 현장에 참석한 주주뿐 아니라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주주 질문에도 답변했다.
회사는 주주총회 온라인 중계를 시청한 주주 수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주주총회에서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고 수감된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에 대한 시민단체 소속 주주들의 질문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이사회가 이재용 부회장을 해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기남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미래 사업결정 등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의 상황과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만 반복했다.
반대로 이 부회장이 부회장직을 지켜야 한다는 주주 발언도 나왔고, 일부는 손뼉을 치며 호응하기도 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여성 경영진의 비율에 관한 질문에 "현재 여성 임원은 61명으로 전체 임원의 5.6% 수준"이라며 "다른 기업 평균보다는 많지만, 앞으로도 여성 인재들이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대표이사는 한 주주가 CE 부문의 약점을 묻자 "TV가 15년째 글로벌 1위를 유지 중인데 오랫동안 1위를 하다보니 저를 비롯한 직원들이 자만감에 빠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1위라는 자긍심으로 더 좋은 신규제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21 기본 구성품에 유선 이어폰과 충전기를 제외한 것을 두고 "경쟁사인 애플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삼성전자 모바일(IM) 부문 고동진 사장은 "불필요한 구성품을 덜어내 원가경쟁력 높이고 환경을 고려한 결정이지 경쟁사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주총이 열리면서 정부의 방역 지침 준수를 위한 조치들도 눈에 띄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10명은 주총장에 설치된 임시 진료소 3곳에서 의심환자를 선별하고, 발열이 의심되는 주주들은 따로 설치된 천막에서 중계를 보며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한편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주총장 주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부회장의 임원직 해임과 사내·사외이사 재선임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재용은 삼성전자 부회장직에서 퇴진하라", "이사회는 불법 옥중경영 방치말고 해임 의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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