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입증 안 되면 현금보상은 불가피
내부정보 이용 이익 3~5배 벌금 법률 소급적용 추진…위헌 논란
(서울·세종=연합뉴스) 윤종석 홍국기 기자 = 정부가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받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당이득을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이익 환수가 가능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이들이 신도시 조성 업무와 관련한 내부 정보를 입수해서 투기를 저질렀다면 그 사실이 입증돼야 완전한 환수는 물론 징벌적 징수도 가능할 것인데, 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결국 얼마나마 보상은 받고 나가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은 17일 최창원 국무 1차장 주재로 브리핑을 열어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연루된 LH 직원 20명에 대한 농지 신속 강제처분 및 부당이익 환수 방안을 밝혔다.
우선 정부는 이들이 농사를 짓겠다고 산 땅을 그 목적대로 이용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농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농지 강제처분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 상에서도 농지는 취득자가 농지계획서에서 밝힌 대로 이용해야 하고, 정부나 지자체는 정기적으로 농지 이용실태를 점검해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강제처분까지 할 수 있다.
정부의 발표는 이와 같은 기존 제도를 충실히 운용하겠다는 뜻이다.
이들이 농지 사용 내용을 나름 증빙해내거나 농지 외 다른 땅을 구입했다면 다른 불법이 입증되지 않은 이상 보상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경우에는 현금보상만 하고 대토보상은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현금보상을 할 때는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액에 따른 보상이 이뤄진다.
수용되는 땅은 2~3명의 감정평가사가 해당 토지 인근 표준지의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땅의 모양이나 맹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정가를 산정한다.
감정가는 평가 과정에서 시세를 고려하기에 공시가격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정해지지만 시세에는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땅값 상승이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정책으로 공시지가도 오르는 추세고 이들이 구입한 땅의 공시가격도 상승세를 탔다.
일례로 광명시 노온사동 산(4천298㎡)의 경우 LH 직원이 구입한 2019년에는 공시지가가 ㎡당 6만7천100원이었는데 작년엔 7만2천600원으로 8.2% 올랐다.
옥길동 밭(526㎡)의 경우 LH 직원이 사들였던 2017년 24만1천원에서 작년 27만4천400원으로 13.9% 올랐다.
물론 이들의 땅 투자가 엄청난 국민적 공분을 산 만큼 감정평가사가 땅값을 후하게 쳐줄 리는 없지만, 이들의 불법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신도시가 취소되지 않는 이상 현금보상은 불가피하다.
현금보상에 토지주들이 적극적인 보상 협의에 나서도록 당근책으로 만든 것이 대토보상인데, 정부는 이 대토보상 대상에서 LH 직원들은 아예 제외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토보상은 크게 이주자택지나 협의양도인택지 등으로 나뉜다. 이주자택지는 실제로 신도시 예정지역에 집을 짓고 거주한 원주민에게 나오는 토지이고, 협의양도인택지는 1천㎡ 이상 토지를 가진 외지인에게 제공되는 땅이다.
LH 직원 중 1천㎡ 이상 토지를 확보해 협의양도인택지를 받으려 한 정황이 일부 드러난 바 있다.
이에 대해 LH는 조만간 내부 규정을 바꿔 LH 직원은 아예 대토보상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일부 직원들은 땅에 왕버들 등 희귀 수종을 빽빽이 심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지금도 비정상적이고 투기적인 행태를 보인 나무 식재 등에 대해선 보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땅 투자액을 완전히 환수하려면 결국 이들이 3기 신도시 내부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투기를 했다는 사실이 수사 등을 통해 입증돼야 한다.
이 경우 부패방지법이나 공공주택특별법으로 형사처벌하면서 재산상 이익도 완전히 몰수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징벌적 처벌도 함께 받을 수 있다.
현재 국회에선 업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벌인 경우 그 이익의 3~5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리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무더기로 발의돼 있다.
당정은 이들 법의 소급적용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 경우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LH 직원들이 세간의 의혹대로 신도시 개발 사전 정보를 입수했는지는 의혹만 무성할 뿐, 수사 등으로 증명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공직자들의 불법 땅 투기로 인한 이익 환수와 합당한 처벌을 위해선 광범위한 법률 개정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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