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선전은 수백만건으로 집계도 어려워
코로나·실업 불확실성 겹치며 최악 상황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미국에서 배타적인 백인 우월주의 선전 선동이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19일 AP통신에 따르면 미 인권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지난 한 해 미국에서 인종·유대인·성 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메시지를 담은 전단, 스티커, 포스터 등의 프로파간다(선전) 배포 사례가 5천125건에 이른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는 전년 2천724건의 2배 가까운 수치이며, 통계 집계가 이뤄진 최근 10여 년간 가장 많은 것이다.
또 작년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에서 퍼진 선전은 수백만 건으로 추정되는데, 너무 많아 실질적인 집계도 어려운 상황이다.
50여 년 전 설립된 유대인 단체로 미국의 인종차별적 선전을 감시하고 있는 ADL은 백인 우월주의 단체들이 자기편을 끌어들이기 위해 '우리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내세워 현재의 고통과 슬픔, 상실 등을 그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다 현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실업, 과열된 대통령 선거, 공권력에 대한 저항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애국주의로 포장한 백인 우월주의자가 더 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일반 시민들은 이런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다고 ADL은 강조한다.
텍사스에 본부를 둔 단체 '패트리엇 프론트'는 "아메리칸 퍼스트", "미국을 되찾자"와 같은 애국주의적 구호를 홍보하지만, 온라인에선 인종차별적인 게시글을 올리며 백인 우월주의를 드러내고 있다고 ADL은 꼬집었다.
백인 우월주의를 대놓고 드러낸 메시지도 퍼지고 있다.
지난해 뉴저지 한 단체는 흑인 범죄율을 악의적으로 짜깁기한 전단을 퍼뜨렸으며, 다른 민족주의 단체는 흑인 인권운동 'BLM'(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도 소중하다)을 비꼬아 "흑인 범죄가 중요하다(Black Crime Matter)"는 스티커를 뿌리기도 했다.
이런 선동은 텍사스주, 워싱턴주, 캘리포니아주, 뉴저지주, 뉴욕주, 매사추세츠주, 버지니아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배후에는 최소 30개 단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국 내 극단주의자의 갱생을 돕는 단체 '증오 이후의 삶' 설립자 크리스티안 피치올리니는 이런 수치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사람들을 '우리와 그들'로 나누고 고통과 상실의 원인을 '타인'으로 덧입히기 위해 현 위기에서 시작된 두려움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전염병 대유행, 실업 등이 촉발한 불확실성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미국민들을 폭풍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ADL 센터 온 익스트리미즘의 오렌 시걸 부회장은 이번 수치를 통해 미국의 분열상을 볼 수 있다면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무엇을 효과적인 전략으로 생각하고 전념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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