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가톨릭 반발에도 안락사 합법화 눈앞…유럽서 네 번째

입력 2021-03-18 16:24  

스페인, 가톨릭 반발에도 안락사 합법화 눈앞…유럽서 네 번째
불치병·정상적 생활 불가능할 경우 허용키로…엄격한 기준 전제
좌파·중도 정당은 지지…우파 정당·일부 의료인은 반발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스페인이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에 이어 유럽에서 네 번째로 안락사와 조력자살(assisted suicide) 합법화를 앞두고 있다고 AFP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의회는 이날 안락사 법안에 대한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
법안은 의료진이 의도적으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생명을 끝내는 안락사, 환자 스스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심각한 불치병을 갖고 있거나, 만성적이며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있는 이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죽음을 요청할 경우에 적용한다.
다만 엄격한 기준을 정해 안락사가 남발되지 않도록 했다.
스페인 국민이나 법적 거주자이면서 안락사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15일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직접 글을 써 요청해야 한다.
만약 이같은 기준을 충족하지 않거나, 제2의 의료진이나 평가기구에서 승인을 받지 못하면 거절될 수 있다.
의료진 역시 양심을 이유로 안락사 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법안은 좌파 및 중도 정당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환자와 이들의 '죽을 권리'를 주창하는 활동가들은 법안 통과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반면 가톨릭교회와 우파 정당, 일부 의료진은 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1980년대 이후 안락사를 놓고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라몬 샴페드로 사건은 특히 유명하다.
그는 25세에 바다에서 다이빙하다가 몸 전체가 마비되는 사고를 당한다.
이후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안락사 합법화를 위해 30년간 법정에서 싸웠다.
결국 그는 1998년 친구인 라모나 마네이로의 도움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마네이로는 당시 체포됐다가 증거 부족으로 풀려났다. 그녀는 공소시효가 만료되자 자신이 샴페드로에 독극물을 제공한 사실을 털어놨다.
마네이로는 스페인의 안락사 합법화가 "라몬은 물론 혜택을 얻게 될 이들을 위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인생을 다룬 영화 '씨 인사이드'(The Sea Inside)는 제6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스페인에서는 샴페드로 사건 외에도 마드리드의 마취과 의사였던 루이스 몬테스가 73명의 말기 환자의 죽음을 도왔다가 기소됐다.
법원은 2007년 그에 대한 기소를 중단했다.
가장 최근인 2019년 안젤로 에르난데스가 수십 년간 다발성 경화증으로 고통을 받아온 아내의 안락사를 도왔다가 체포됐다.
안락사는 크게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 조력자살 등으로 나뉜다.
소극적 안락사는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영양공급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자연적 죽음에 앞서 생명을 마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반면 의사가 직접 치명적인 약을 주입하면 적극적 안락사, 의사가 처방한 치명적인 약물을 환자가 복용하면 조력자살에 해당한다.
유럽에서도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안락사를 합법화한 국가는 많지 않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2002년 이를 합법화했고, 룩셈부르크는 2009년 특정 말기 환자 사례에만 이를 허용하기로 했다.
벨기에는 2014년 어린이에 대한 안락사를 허용한 첫 번째 국가가 됐다.
유럽 내 다른 나라들은 사례별로 소극적 안락사를 승인하거나 허용하고 있다.
스웨덴은 2010년 소극적 안락사를 승인했고, 영국은 2002년 이후 특정 사례에 한해 의료진이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역시 환자가 요청할 경우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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