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양국관계 위기, 美정책 때문" 주장…바이든 "푸틴은 '살인자'"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 간 외교 갈등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본국 소환지시를 받은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가 오는 20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18일(현지시간) 자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안토노프 대사가 (미-러) 양자 관계 관련 협의를 위해 20일 러시아로 출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사관은 "(귀국하는 안토노프 대사가) 외무부와 다른 부처에서의 회담에서 위기 상황에 있는 러-미 관계 수정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미-러 관계 위기는 미국의 의도적 정책 결과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대사관은 "현재 조성된 상황은 최근 몇 년 동안 의도적으로 양자 관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간 미국의 의도적 정책의 결과"라면서 "미 행정부의 러시아에 대한 비건설적 노선은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미국 지도자들의 일부 숙고하지 않은 발언은 그러잖아도 지나치게 대결적인 관계를 붕괴 위기에 놓이게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전날 안토노프 대사가 미-러 양국 관계 협의를 위해 본국으로 소환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러시아의 주미 대사 소환 발표는 미국 측이 러시아의 2020년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응징을 경고한 뒤에 곧바로 나왔다.
미 CNN 방송은 앞서 16일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작년 미 대선 국면에서 러시아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공작을 벌였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런 공작을 인지했고 2016년 미 대선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바이든 후보를 공격하는 정보 작전을 직접 지시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 같은 DNI 보고서 내용과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러시아가 미 대선 개입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자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고했다.
바이든은 또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로 보느냐는 ABC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자신의 답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
그의 발언은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사건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돼 있다는 서방측 주장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앞서 이달 2일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 독살 시도의 배후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7명의 러시아 고위관리, 5곳의 연구소 및 보안기관, 14개 기업체 등을 제재한다고 밝혔으며 이 제재는 18일부터 발효했다.
미국이 나발니 중독 사건과 관련해 대러 제재를 발표한 지 불과 2주여 만에, 지난해 미 대선에도 러시아가 개입한 혐의를 제기하며 추가 제재를 경고하고 이에 러시아가 주미 대사를 긴급 소환하는 강수로 맞대응하면서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의 수위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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