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생활하는 40대 장애 아들 두고 먼저 떠나…지역사회도 충격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혼자 사는 70대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자가격리 도중 숨을 거둬 현지 사회에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일간 라 스탐파 등에 따르면 17일 오후(현지시간) 북부 피에몬테주 아스티의 한 아파트 건물에서 78세 남성이 숨진 상태로 구급대원들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주거지에는 장애를 앓는 49세 나이의 아들이 함께 있었다.
숨진 남성은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은 부친이 위독한 상황이었지만 장애로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인근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들은 가끔 부친을 방문하는데 최근 부친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알게 된 뒤 시설로 돌아가지 않고 함께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은 평소 숨진 남성의 건강을 챙기던 친척이 여러 차례 전화해도 받지 않자 구급 신고를 하면서 알려졌다.
부친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충격을 받은 장애 아들은 현재 구급대원의 보호 아래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현지 사회에서는 이를 이탈리아에 닥친 바이러스 사태의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영국발 변이 확산에 직면한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만 명 안팎씩 쏟아져나오며 일선 병원의 환자 수용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
이 때문에 증상이 아주 심각하지 않은 상당수 환자는 자가격리된 뒤 스스로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고령자의 경우 감염 며칠 후 갑자기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가 많아 자가격리 중 사망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다. 특히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사이에서 이러한 일이 잦다고 한다.
바이러스 2차 확산이 한창이던 작년 11월에는 남부 나폴리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순서를 기다리던 코로나19 감염 의심 환자가 화장실에서 숨진 채로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17일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만3천59명, 사망자 수는 431명이다. 누적으로는 각각 328만1천810명, 10만3천432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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