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추이 대사의 워싱턴 정가 너른 인맥 높이 평가"
"선임 외교관 연로화·훈련된 젊은 외교관 부족" 지적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 출범에 맞춰 교체될 것으로 전망됐던 미국 주재 중국 대사가 유임될 전망이라고 홍콩 매체가 19일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주미 중국 대사 추이톈카이(崔天凱)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계속 직을 수행할 전망이라고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추이 대사는 2013년 4월 부임해 8년간 주미 대사직을 수행했다. 최장수 주미 중국 대사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미국과 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와중에 예정된 임기를 4년이나 넘기며 미국에서 중국을 대변해왔다.
올해 68세로 이미 중국 고위 공직자 은퇴 연령인 65세를 넘겼다. 스스로도 지난해부터 공개적으로 은퇴의 뜻을 밝혀왔다.
SCMP는 중국 정부가 추이 대사의 베테랑 외교관으로서의 능력과 워싱턴 정가 내 너른 인맥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그가 계속 직을 수행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른바 '늑대전사 스타일 외교관'들과 거리를 둬온 것도 장점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늑대전사는 중국의 애국주의 흥행 영화 제목인 '전랑'(戰狼·늑대전사)에 빗대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중국의 외교관을 지칭한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 소식통은 SCMP에 "중국 지도부는 추이 대사가 미국과의 분쟁을 피하고 오해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그의 역할이 적어도 현재로서는 대단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이 대사는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전날 중국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번 회담과 관련해 비현실적인 기대나 환상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SCMP는 "소식통에 따르면 추이 대사의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에 대한 중국 정부의 평가와 보조를 맞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이번 회담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자 최근 몇주간 적대적 톤을 누그러뜨렸지만 중국 지도부는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초당적 대중 강경 기조에서 크게 벗어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구쑤(顧肅) 난징대 정치학과 교수는 SCMP에 "중국 정부로서는 중국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적 접근이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이고 외골수적인 접근보다 훨씬 도전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추이 대사 같은 능력있는 베테랑 외교관이 당장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CMP는 추이 대사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미 간 소통 채널이 모두 닫혔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친분을 활용해 중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 은퇴한 전직 중국 고위 외교관은 SCMP에 "중국 외교가에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비롯해 바이든 행정부 내 대중 강경파에 대한 우려가 널리 퍼져있다"며 "추이 대사가 개인적 인맥을 활용해 미국 정부의 중국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SCMP는 그러나 중국 정부가 추이 대사를 교체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중국 외교가의 양극화라는 좀 더 심각한 문제가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능력있는 선임 외교관들은 연로해가는 반면, 잘 훈련된 높은 서열의 젊은 외교관은 부족한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구쑤 교수는 중국이 외교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능력있는 외교관 풀이 부족한 것은 세계 무대에서 중국 외교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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