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공민당 구의원 카르멘 라우 인터뷰 "충성서약 결정 안 해"
"나는 자유를 믿고 홍콩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는 홍콩인"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은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정치적 발언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이목을 끄는 발언을 했다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경찰이 침묵하라고 위협할 수 있습니다. 홍콩의 정치적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구의회 의원은 중국공산당의 마지막 타깃입니다."
홍콩 구의회 의원 카르멘 라우(26)를 지난 17일 그의 지역구인 카오룽 웡타이신 사무실에서 만났다.
홍콩 제2 야당인 공민당 소속인 그는 2019년 홍콩을 휩쓴 거대한 민주화 시위의 물결을 타고 그해 11월 구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한 젊은이다.
당시 그는 웡타이신 지역구를 20년간 수성한 친중 정당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DAB) 소속 현역 의원을 이기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홍콩을 위해 뭔가 더 하고자 출마했다"는 이 젊은이는 당선 1년여 만에 "그들(정부)이 충성서약을 이유로 내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고, 내가 스스로 그만둘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홍콩 정부는 공직자 충성서약 대상을 구의원에까지 확대하고, 공직자가 충성서약을 위반했다고 판단될 경우는 즉시 자격 박탈과 함께 5년간 공직 출마를 금지하는 규정을 최근 만들어 입법화를 진행 중이다.
홍콩 명보 등은 이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 구의회 의원 최소 23명의 자격이 즉시 박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충성서약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정치인으로서 미래가 없고 구의원조차 활동에 제약이 많아지면 사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매우 신중을 기했다. "표현에 제약이 많은 걸 이해해달라"며 여러 차례 말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죽어가지만 홍콩인은 죽지 않을 것"이라며 홍콩인들의 정치적 권리를 뺏어가려는 중국에 맞선 '저항'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될 것이라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홍콩에서는 지난달 28일 공민당 소속 정치인 5명을 포함해 범민주진영 인사 47명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 기소됐다.
공민당에서 이 기소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라우 의원은 거의 매일 법원과 구치소를 찾아 동료들을 만나고 있다.
"수감된 동료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구치소 생활에 익숙해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저한테 용기를 북돋워 주면서 포기하지 말라고 합니다. 동시에 밖에 있는 우리에게 (체포되지 않게) 안전하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라우 의원은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두렵지는 않다. 그러나 우려스럽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2019년 사회운동 이후 출마한 정치인은 모두 용감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해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진영이 의석 85%를 휩쓸었다.
하지만 이 '용감한 정치인들'은 손발이 묶일 위기에 처했다. 현재 중국이 범민주 진영의 세력 약화를 목표로 홍콩 선거제 개편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홍콩 선거제 개편을 통해 홍콩 민주주의의 마지막 부분을 죽이려고 합니다. 많은 범민주 진영 정치인들이 선거에 출마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제 개편은 홍콩의 제한적 투표권에마저 조종을 울릴 것입니다."
라우 의원은 "누구도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매우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우리는 지금 안개 속에 갇혀있고 미래를 내다볼 수 없습니다. 솔직히 뭘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중국공산당의 압력에 직면한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위험한 것을 떠나,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작은 구의회 지역구에서조차 우리는 지난 1년 아무런 일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구의회의 정기회의와 모임을 모두 중단시켜서 구의원으로서 대부분의 활동이 사회적 막힌 상태입니다. 정부 측은 매우 비협조적이고, 우리는 하고자 하는 일을 거의 추진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비록 권위주의 확산을 막을 수는 없어도 나는 홍콩인들이 다른 가능한 방법들을 동원해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에 대한 우리의 신념을 지켜나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우리 공민당도 시민사회와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시민사회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권위주의에 굴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시민사회는 우리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선거제 개편으로)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을 잃을지라도 우리는 시민사회를 지켜나가야 합니다."
라우 의원은 "나는 홍콩인"이라고 강조했다.
"홍콩인(Hongkonger)은 자유를 믿고 홍콩을 위해 옳은 일을 합니다. 중국인(Chinese)과 매우 다릅니다. 중국인은 홍콩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중국과 공산당을 생각합니다. 우리는 홍콩이 진정으로 홍콩인에 의해 다스려지길 바랍니다. 현재 홍콩은 중국의 명령을 그대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홍콩의 핵심 가치와 국제적 지위를 결국 잃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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