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자문사들 지지 엇갈리면서 26일 주총에 관심 집중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엇갈린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 표 대결 결과 예측이 더욱 안갯속에 빠졌다.
자문사들이 핵심 쟁점마다 박찬구 회장 측과 박철완 상무 측의 안건에 판단을 달리하면서 뚜렷이 한쪽이 '판정승'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형국이라 마지막 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가 될 전망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배당, 이사회 개선, 이사 선임 등 모든 안건에서 박찬구 회장 측인 회사 안건에 찬성표 행사를 권고했다.
ISS는 박철완 상무 측의 배당안과 이사회 구성안에 대해 "시장 상황이 어려울 때 회사에 무리한 재무적 부담을 줄 수 있다", "대체로 과격하고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 2위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배당,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선임안, 박철완 상무 사내이사 선임 등 3개 안건에 대해서는 박 상무 편을 들었다.
다만 글래스루이스는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사측 후보에 좀 더 많은 찬성표를 던졌다.
국내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모든 안건에서 박 상무 손을 들어줬다.
서스틴베스트와 글래스루이스는 박 상무의 주주제안을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과거 박찬구 회장의 배임·횡령 행위 등에 있어서 이사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지적을 함께 내놨다.
재계에서는 박 상무가 전년보다 7배에 해당하는 고배당안을 제시하며 이슈몰이에 나선 까닭은 최대한 많은 소액주주를 우군으로 확보해 이사회에 최대한 진출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주요 자문사들의 의견만 보면 서스틴베스트와 글래스루이스는 현 경영진과 이사회에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지만, 세계 최대 자문사 ISS는 전적으로 박 회장 측 안건에 찬성한 점도 어느 한쪽이 유리하다고 평가하기 어렵게 한다.
주주들의 관심이 많은 배당 안건에 대해서는 박 상무의 제안이 긍정 평가를 받은 편이지만, 향후 박 회장 거취와 직결될 수 있는 이사진 구성과 관련해서는 박 회장 측이 좀 더 우세한 형국이다.
결국 표 대결 결과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손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현재 지분은 8.16%로, 국민연금은 2019년 주총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은 박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한 바 있지만, 이번 주총에서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예단하긴 어렵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박 상무가 10%, 박 회장은 자녀 지분을 합쳐 14.84%다. 양측 지분율 격차가 5% 미만이고, 박 상무가 고배당과 금호리조트 반대 등을 앞세워 소액주주 포섭에 주력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이번에 박 상무가 주주제안을 통해 명분과 세력 기반을 쌓고 꾸준히 경영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박 상무의 모친과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이고 박 상무의 우군인 특별관계자로 추가된 바 있다.
shin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