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뇌혈전증 사례나 혈소판 감소증과 관련 가능성 배제 못해"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권고를 유지했지만, 앞으로도 조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AZ백신 접종과 뇌혈전증 중 매우 희귀한 사례나 혈소판 이상 감소증 간에 관련성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에 따르면 EMA는 유럽에서 이뤄진 AZ백신 접종 사례 2천만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 18명에게 희귀한 사례의 뇌혈전증을, 7명에게 혈소판 이상 감소증을 확인했다.
이들은 대부분 55세 이하 여성이었으며, 이 가운데 9명은 사망했다.
자비네 슈트라우스 EMA 의약품안전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은 "뇌혈전증 중 희귀사례나 혈소판감소증과 AZ백신 접종간의 관련성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집중적으로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AZ백신의 설명서에는 앞으로 이에 대한 경고가 명시될 예정이다. 위험이 낮고 아직 증명되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은 잠재적 위험에 대해 인지해야 한다는 게 EMA의 설명이다.
EMA는 AZ백신 접종 이후 지속적으로 강한 두통이 있거나 피부에 파란 반점이 나타난다면 즉각 의료진에게 치료받으라고 조언했다.
AZ백신 접종 이후 뇌혈전증 발생 사례는 통상적인 평균치에 비해 높다. 독일의 백신승인 담당 기관인 파울에를리히연구소(PEI)에 따르면 통상 1년에 인구 100만 명당 2∼5명의 뇌혈전증 사례가 발생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AZ백신 접종자 170만명 가운데 불과 수주 만에 13명의 뇌혈전증 사례가 발생했다.
13명의 사례 중 12명은 여성, 1명은 남성이었고, 이들의 연령대는 20세∼63세라고 독일 보건당국은 전했다.
독일이 지난 15일 예방 차원에서 AZ백신 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을 당시만 해도 7명이었던 사례는 사흘 만에 2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7명 중 6명은 20∼50세 사이 여성으로 대뇌정맥 부비강 혈전증(sinus venous thrombosis) 증상이 있었다. 나머지 남성 1명은 혈소판이 부족한 가운데 뇌출혈이 나타난 사례였다.
다만, 여기에는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영국에서는 1천100만명에게 AZ백신을 접종했지만, 뇌혈전 발생 사례는 3건뿐이었다. 독일에서는 AZ백신이 65세 미만에 접종이 권고됐기 때문에 초기에 젊은 의료진에게 접종이 집중돼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진 특히 간호인력 중에는 여성 비율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안 베렌트 함부르크 대학병원 심혈관 전문의는 "갱년기 전 여성들은 호르몬 적인 이유로 혈전증에 걸리기 쉽다"면서 "피임약을 먹거나, 흡연을 한다면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MA도 특정인구집단에 AZ백신 접종이 집중돼 일부 국가에서 뇌혈전 발생 사례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슈트라우스 위원장은 "앞으로 조사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며 "흡연이나 이미 코로나19 감염됐던 전력이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조사결과 최종적으로 뇌혈전증과 AZ백신 접종 간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면 백신접종 전략이 조정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아마도 젊은 여성 또는 흡연자에게는 AZ백신 접종이 더는 권고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SZ는 지적했다.
토마스 메르텐스 독일 예방접종위원회 위원장은 "지금으로서는 이런 인구집단별 조정이 없을 것"이라며 "아직 자료가 불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고령층에게는 뇌혈전 위험이 코로나19에 걸려 중증으로 전환할 위험보다 현저하게 적다고 SZ는 설명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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