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의 70%가 초지 태우는 아프리카서 발생
"남아공 프리토리아도 서울보다 대기질 안 좋을 때도"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이번 주 서울에 중국발 황사가 엄습해 대기질이 매우 좋지 않았다.
요즘 남아프리카공화국 행정수도 프리토리아도 아침에 보면 공기가 뿌옇게 흐린 때가 종종 있다.
대체로 남아공 공기 질은 대한민국보다 비교적 나은 편인 것으로 분류된다.
스위스의 대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가 지난 16일 발표한 '2020 세계 대기질 보고서'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 2.5) 농도(㎍/㎥) 순위에서 한국은 41위(농도 19.5)이고 남아공은 49위(농도 18.0)였다. 여기선 순위가 앞설수록 대기질이 좋지 않은 것이다.
세계 주요 도시 랭킹에서도 서울은 33위(농도 20.9)이고 남아공 입법수도 케이프타운은 82위(농도 8.0)이다. 케이프타운은 잘 알려진 대로 세계적 해변 휴양도시라서 공기 질이 월등히 좋은 편이다.
그러나 같은 남아공이라도 내륙 고원지대에 위치한 프리토리아는 서울과 공기 질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것 같다.
아이큐에어의 실시간 모니터링 자료를 통해 이번 한주 공기 질 비교를 봐도 물론 서울이 황사로 인해 하루 이틀은 훨씬 안 좋은 것으로 나왔지만, 다른 날들은 프리토리아와 눈에 띄게 차이가 나지 않게 같은 '보통' 정도였다.
프리토리아에 오래 산 교민 얘기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큐에어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울과 프리토리아를 비교해 봤을 때 안 좋을 때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체로 프리토리아 공기 질이 때로 미세먼지 철의 서울만큼 숨쉬기가 곤란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최근에 남아공에 부임한 한 공관원은 다른 곳에 비해 프리토리아 공기가 훨씬 좋은 편이라고 얘기했다.
아마도 프리토리아가 수목 등 녹지가 매우 많은 편이라서 체감상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침 조깅 때 보면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회색 연기 띠가 프리토리아 상공을 덮고 있는 모습을 왕왕 볼 수 있다.
인근에 있는 남아공 최대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문제는 공기 질에 대한 인식이 서울보다 이곳이 매우 낮은 것 같다는 점이다.
도로에 차를 몰고 가다 보면 말 그대로 검은 연기를 펑펑 쏟아내고 가는 차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버스도 그렇고 승용차, 트럭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그렇다.
서울 같으면 누가 신고하거나 당장 단속원이 잡아 세우고 점검이라도 하겠지만 이곳은 단속하는 모습을 지난 1년간 거의 볼 수 없었다.
위키피디아 등에 따르면 한국에선 1988년 이후 공기 오염의 주범인 유연 휘발유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지만, 남아공에선 2006년에서부터야 유연 휘발유를 단계적으로 퇴출시켜 아직도 유연 휘발유를 쓰는 차량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고 한 교민은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봉쇄령이나 이동제한으로 세계 주요 도시의 대기질이 전년보다 좋아진 가운데 서울은 겨울철 석탄발전 규제 때문에 초미세먼지 감소가 15.7%나 됐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그러나 남아공은 글로벌 추세에 따라 석탄발전을 줄여나간다고 하지만 당장 순환 정전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통에 국영전력회사인 에스콤이 공기 오염의 주범 가운데 하나인 석탄발전을 획기적으로 중단하기가 현실상 쉽지 않다. 이미 착공해 건설 중인 석탄 발전소도 여럿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이 이렇게 공기 질에 상대적으로 무신경한 것 같지만 아프리카 전체로 볼 때는 절대 그렇지 않다.
남아공은 그래도 정부에서 실시간 공개적으로 대기질을 모니터링하는 네트워크를 갖춘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이다.
보고서는 아프리카의 경우 공기 오염의 심각도를 계량화하기 어렵다면서 대기질 데이터가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54개국 가운데) 41개국은 공기 질 모니터링 데이터가 부족하다"라며 "10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건강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필요한 정보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는 향후 30년간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속 성장과 산업화·도시화를 깨끗한 공기와 균형을 맞추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위성 데이터로 보면 아프리카는 '불의 대륙'으로 드러난다"라면서 "글로벌 불의 70%가 이 지역에서 나는 것으로 추산된다"라고 말했다.
주로 사바나 초지를 해마다 태우기 때문에 불이 자주 나며 이것이 주변 초미세먼지의 주된 오염원이 된다는 것이다.
남아공에서도 옛날 우리 시골에서 병해충 예방 등을 위해 논두렁이나 밭을 태우듯 초지를 태우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아프리카의 경우 공기 오염 데이터가 희박하기 때문에 대중의 문제 인식도 그만큼 낮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한마디로 당장 먹고살기 어려워 아직 공기 질 신경 쓸 겨를 없는 셈이나, 우선 현지에 측정 설비라도 갖추는 데 도움을 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겠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