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장기적 싸움 준비할 것"
기후변화 문제 협력 기대도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특파원 = 미중 양국이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 18∼19일 알래스카에서 가진 고위급 회담은 이례적인 장시간의 공개 설전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회담 개최 전부터 성과에 대한 기대는 낮았지만 이처럼 격렬한 충돌을 보여준 것은 양국 간의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여러 전문가는 이번 회담의 초반 설전이 국내외 청중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융 베이징대 교수는 "양측은 국내 정치 때문에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비난에 직면해 힘을 보여줘야 했다"면서 "하지만 양측은 후속 협상에서는 더 실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헤이다리안 필리핀 폴리테크닉 대학 교수는 양국 모두 국내 청중에게 어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상 최고 수준이며 중국 외교에서는 이른바 '늑대 전사'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알래스카 회담 하루 전 중국과 홍콩 관리 24명을 제재해 중국으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또 일본과 한국에서 외교안보 라인 '2+2 회의'를 잇따라 열며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일본 방문에서 중국이 지역의 안정을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일련의 행동에 대해 콜린 코 싱가포르 라자나트남 국제연구소 연구원은 대체로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 국가 등 외부 관중을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의 정치 분석가 우창은 양측의 전투적인 접근은 서로 차이가 좁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상대에 대한 원래의 판단을 고수하고 장기적인 싸움을 준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폴리테크닉 대학의 헤이다리안 교수는 공개적인 설전은 양국 관계의 정상 궤도 복원에 대한 각국의 기대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미중 관계 재설정이 요원하다는 것을 재확인시켰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양국 관계가 한동안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의 대중 강경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시사했다.
양제츠(楊潔?) 중국 정치국원이 미국의 흑인 인권 문제까지 비난하며 16분간 이례적으로 긴 모두발언을 하자 블링컨 장관은 기자들을 붙잡아세우면서 중국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난타전을 벌인 블링컨 장관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우신보 푸단대학 국제문제연구원장은 "바이든 정부는 여전히 중국 전략을 고안하고 있는데 이데올로기와 지정학적 경쟁을 주장하는 쪽이 협력을 추진하는 쪽보다 우위를 점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반중(反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를 열고 한국, 일본과 '2+2' 회담을 하는 등 중국에 맞서기 위해 글로벌 동맹 네트워크 차원에서 힘을 모으고 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은 미일, 한미 회담을 통해 중국과 가장 가까이 있는 자국의 동맹을 단결시켜 중국에 대한 힘을 과시했다. 미국이 앞으로 대중국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예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다음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초청한다.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이 협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미중 양국은 신장(新疆), 홍콩, 티베트, 대만 등 많은 이슈에서 충돌했지만 기후 변화, 이란, 북한 등 문제에서는 협력을 모색했다.
우신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장은 "회담의 성과는 많지 않지만, 양측은 일부 이슈에서 초기 동의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는 미중 관계의 개선 가능성에 대한 바람이 여전히 남아있다.
푸잉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전날 중국발전포럼에서 "미중 관계는 내리막길로 더 가다 결국에는 정상적으로 돌아와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이 우려를 해결하고 동일한 국제적 틀 아래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도 사설에서 이번 회담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다면서 양국이 갈등을 완화할 틀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은 기후변화 문제에서 양국의 협력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미중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기후변화 공동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베이징대 왕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는 양측이 협력할 길을 열어줄 수 있으며 양국 정상이 다음달 회담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월 22일 유엔에서 지구의 날을 기념하는 화상 콘퍼런스가 있다면서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대화를 하고 이에 앞서 각자의 접근법을 조율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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