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여성 등 보호 목적…하원 통과 후 상원 토론 앞둬
"문명국가에 어울리지 않아"…극우 정치인마저 가해자 비판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 동성 커플이 입맞춤을 한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는 일이 발생, 증오범죄 법안(hate crimes law)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AP 통신이 21일(현지시간) 현지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탈리아 TV 등은 지난 2월 말 로마의 한 기차역 플랫폼에서 발생했던 사건의 영상을 방송했다.
한 남성이 두 명의 젊은 남성 커플을 위해 주먹과 발을 휘두르며 공격하고 있었고, 공격을 받은 이 중 한 명이 이를 피하려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커플 중 한 명은 눈에 상처를 입었다고 이탈리아 언론은 전했다.
이 커플은 플랫폼에서 입맞춤하다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P 통신은 이 영상이 공개되면서 현재 의회에 상정된 증오범죄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성 소수자(LGBTQ)와 여성, 장애인 등을 증오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징역 18개월에 처할 수 있다.
법안은 또 성적 지향과 주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피해자에 대한 법적 비용은 물론 정신적·육체적 치료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센터 등에 자금을 할당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은 지난해 11월 하원을 통과한 뒤 현재 상원 토론 일정을 기다리며 계류된 상태다. 다만 극우 성향의 정당인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법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출신의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시장은 트위터에 이번 공격은 "우리 모든 커뮤니티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키스 때문에 2명의 젊은 남성이 공격을 받았다. 믿을 수 없지만, 로마의 게이 커플에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출신 니콜라 진가레티 라치오주 주지사는 "동성애 혐오증에 반대하는 법안이 필요한 때"라며 "모두를 위해 더 공정한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동맹과 같은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l)의 조르지아 멜로니 대표마저도 이번 공격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언론에 따르면 자신의 동행에게 키스했다는 이유만으로 로마에서 젊은 남성이 터무니없고 잔인한 폭력에 직면했다는 사실에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공격 가해자가 대가를 치러야 하며 "이런 이미지는 문명국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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