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영국 공동연구…'화쇄류' 지속 시간 추정
연구팀 "희생자 2천여명 대부분 화산가스 질식사"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서기 79년 고대 로마제국의 폼페이를 잿더미로 만든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극 고온의 화산재와 유독 가스 등이 약 15분간 분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영국 공동 연구진은 화산 폭발 당시 화쇄류(Pyroclastic Flow) 지속 시간을 이같이 추정했다고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쇄류는 용암과 화산재, 화산가스 등이 분출해 흘러내리는 것으로 화산 폭발 시 가장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현상이다. 시속 수백㎞ 속도에 온도는 섭씨 최대 1천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화쇄류로 당시 가장 번성했던 도시로 꼽히던 폼페이는 순식간에 폐허가 됐고, 전체 인구 약 10%인 2천여 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빚어졌다.
연구진은 당시 희생자 대부분이 집에서 혹은 거리에서 유독성 화산가스 등에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일부는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화산자갈 등에 숨졌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폼페이 시민들로선 전에 겪어보지 못한 '생지옥'을 경험한 셈이다. 이들은 수시로 발생하는 지진에는 경각심을 갖고 있었으나 화산 폭발에는 무방비 상태였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는 이탈리아 바리대학과 이탈리아 국립지질화산연구소(INGV), 영국 에든버러의 지질연구팀 등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폼페이 유적지에 남아있는 화산쇄설물(화산 폭발 때 분출된 화산암 파편) 등을 토대로 화쇄류 지속 시간을 추정할 수 있는 수학적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화쇄류가 폼페이에 미친 영향을 정량화하는 게 이번 연구 목적"이라며 "이는 베수비오 분화 활동의 성격을 파악하고 폭발 이후 폼페이의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짚었다.
화산 폭발 후 1천500여년간 땅 속에 파묻혀 있던 폼페이는 16세기 수로 공사 도중 유적이 출토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발굴 작업이 시작됐으며, 현재는 과거 형태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 이르렀다.
지금도 고대 로마의 각종 유물·유적이 발굴되고 있을 정도로 그 숨겨진 규모를 알기 어렵다.
폼페이 유적지는 보존 상태가 훌륭한 데다 당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고고학적 가치도 커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1년에 400만 명 안팎의 내·외국인 방문객이 찾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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