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란 잘란] 자카르타의 '불야성' 무아라 앙께 수산시장

입력 2021-03-24 06:06  

[잘란 잘란] 자카르타의 '불야성' 무아라 앙께 수산시장
500개 넘는 점포 밤새 시끌벅적…대나무 짐꾼 '삐꿀'도 눈길



[※ 편집자 주 : '잘란 잘란'(jalan-jalan)은 인도네시아어로 '산책하다, 어슬렁거린다'는 뜻으로, 자카르타 특파원이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자카르타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수산물이 모두 몰리는 곳. 500개가 넘는 점포가 불야성을 이루고 수천 명이 밤새 북적이는 곳.



자카르타 북부 해안 수산시장 '무아라 앙께'(Muara Angke)에 22일(현지시간) 오후 7시께 도착해보니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비린내에 깜짝 놀랐고, 수많은 상인·손님들의 활기찬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랐다.
서울의 노량진 수산시장,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같은 역할의 무아라 앙께는 오후 6시부터 문을 열어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수산물 경매와 도소매 거래가 이뤄진다.
인근에 인도네시아 전역의 바다에서 잡은 수산물이 들어오는 '무아라 바루'(Muara Baru)라는 현대식 시장이 생겼지만, 무아라 앙께도 여전히 인기가 좋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환한 형광등 아래 500개가 넘는 점포들이 정방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바닥에 놓인 커다란 바구니마다 생선과 조개류, 갑각류, 오징어·낙지·문어·한치·꼴뚜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점포마다 취급하는 수산물 종류가 나뉘어 있다.
한국의 현대화된 수산시장과 달리 무아라 앙께는 재래시장이라서 바닥에 물이 흥건하고, 질퍽질퍽하다.
취재에 동행한 강진호 재인도네시아외식업협의회 부회장은 "최상위 품질의 수산물은 모두 수출되고, 나머지가 내수용으로 거래된다"며 "비가 오면 종아리까지 질퍽거리는데 오늘은 그래도 바닥이 양호한 상태"라며 웃었다.



전대를 찬 상인들이 서로 손님을 끌겠다고 손짓하고, 좁은 길 사이 사이로 짐꾼들이 수산물을 담은 통을 이고, 지고, 끌고 가는 모습에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1만7천개의 섬으로 이뤄진 수산 강국 인도네시아의 본모습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8년째 무아라 앙께에서 조개류 점포를 운영하는 바로카(46)씨는 "오후 10시께 손님이 가장 많다"며 "하루에 홍합 700㎏, 꼬막 200㎏, 피조개 200㎏ 등을 팔아 700만 루피아(55만원) 정도 수익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서 홍합 1㎏을 1만5천 루피아(1천200원)에, 가리비 1㎏을 3만5천 루피아(2천700원)에 살 수 있었다.
한국돈으로 오징어는 1㎏당 6천원, 병어 1만1천원, 새우는 1만2천원이었다.
랍스터는 인도네시아에서도 비싼 축에 속한다. 1㎏당 2만원을 받는다.
갑각류 점포 주인 나엥(50)씨는 "랍스터는 하루에 10㎏도 못 팔아 200만 루피아(16만원) 정도 번다"고 말했다.



쉼 없이 오가는 인파를 바라보다 보니 기다란 대나무 막대기를 손에 든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삐꿀'(pikul)이라고 불리는 짐꾼인데, 대나무 양 끝에 무거운 짐이 담긴 바구니를 매달고 어깨에 올린 뒤 주차장까지 옮겨다 주는 일을 맡는다.
가벼우면 혼자, 무거우면 삐꿀 두 명이 같이 움직인다.
5년째 무아라 앙께에서 삐꿀로 일하는 마루안(37)씨는 "한 번 짐을 나를 때마다 5천 루피아(400원)를 받는다"며 "통상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바짝 일해서 하루 10만∼15만 루피아(8천∼1만2천원)를 번다"고 말했다.
마루안씨는 "아내와 두 아이를 먹여 살려야 하기에 어깨가 너무 아픈 날을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매일 수산시장에 나온다"고 덧붙였다.
무아라 앙께 시장에는 마루안씨와 같은 짐꾼이 300명이 넘는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삐꿀뿐만 아니라 쟁반에 작은 컵, 찻잔을 든 여성들도 쉼 없이 수산시장 내부를 오갔다.
인도네시아 전통 약초 자무 음료를 파는 여성들이며 '자무 겐동'(Jamu gendong)이라 불린다.
자무 음료는 마치 한약처럼 피로를 풀어주고 체력을 증강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져 육체노동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기본 자무로 마시면 한 잔에 3천 루피아(240원)이고, 여기에 계란이나 오리알 노른자, 생강 등을 섞으면 1만 루피아(800원)까지 올라간다.
자무 음료를 만들던 한 여성은 '하루에 몇 잔이나 파느냐'고 묻자 "100잔은 판다"고 답했다.
시장 건물 밖으로 나오니 시장에서 구매한 수산물을 굽고, 찌고, 삶아서 요리해주는 식당들이 몰려있고 야식을 즐기는 현지인들이 곳곳에 모여 있었다.
생선 굽는 연기와 흥겨운 음악, 떠들썩한 얘기 소리에 무아라 앙께의 밤은 낮보다 더 밝았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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