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내부 감사에서 과천·하남교산 신도시 보상업무 14건 지적받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기 신도시' 보상 업무를 하면서 부실한 행정처리로 내부 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보상 업무의 기본인 지목(地目)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무상 취득이 가능한 국·공유지를 보상 대상에 올려 사업비를 과다 집행할뻔했다.
토지·보상 관련 업무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췄다는 LH가 막상 현장에서 기본적인 업무조차 엉망으로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LH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서'(2020년 12월)를 보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과천·하남교산 지구의 토지 보상 관련 업무에서 LH 현장 사업단이 업무 미숙으로 질타를 받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짧은 기간 벌인 특정감사였지만, 과천·교산 2개 지구에서 크고 작은 지적사항이 14건 나왔다.
과천사업단과 하남사업단 모두 현장에서 직접 수용 대상 토지를 확인하지 않고 서류에 의지해 보상 업무를 하다가 엉터리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일이 잦았다.
지적사항 14건 중 절반 이상이 '현황지목 결정 부적정', '건축물 부지면적 산정 부적정' 등 현장 상황과 다른 지목, 면적 파악에서 빚어진 오류였다.
하남사업단은 교산 지구의 토지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를 진행하면서 실제로 토지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공부(토지대장)상의 지목을 그대로 가져와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이로 인해 7만3천891㎡ 규모의 토지 지목이 잘못 평가돼 토지보상액 산정에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됐다. 감사실은 사업단에 현황 지목을 재검토하라고 통보했다.
인근 토지 평가액의 3분의 1 이내로 평가되는 '사실상 사도(私道)' 1만698㎡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확인 없이 공부상 지목인 '전'(田)이나 '임'(林) 등으로 감정평가를 의뢰해 적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제기됐다.
과천사업단 역시 같은 내용의 지적을 받았다.
'잡종지'(잡)의 경우 반드시 그 용도를 구체적으로 병기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대상 지역 134개 필지의 지목을 '잡'으로 결정한 뒤 이용현황과 용도를 제시하지 않고 감정평가를 의뢰해 시정 명령을 받았다.
과천사업단은 무상으로 취득할 수 있는 국·공유지를 유상 취득 대상 토지로 분류해 관리하다 감사실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현행 국토계획법은 신도시에 편입되는 국·공유지는 관리청과 협의를 통해 무상 취득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지만, 과천사업단은 이에 해당하는 하천, 수도용지, 도로 등 국·공유지를 용지보상시스템에 등록해 놓고 관리했다.
감사실은 하마터면 국·공유지 3만8천66㎡(1만1천535평)를 유상으로 취득해 사업비를 과다 집행할뻔했다며 사업단에 철저한 재조사와 함께 해당 관리청과 무상귀속 협의를 적극 추진하라고 통보했다.
두 사업단은 토지에 창고·축사 등이 존재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과 가처분, 가압류, 임의경매 등의 권리를 말소하지 않은 채로 감정평가 절차를 밟아 이를 바로잡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남사업단의 경우 공장, 고물상 부지 등으로 이용돼 폐기물 매립이 의심되는 16필지 6만9천584㎡를 별도의 확인 없이 감정평가를 의뢰해 향후 폐기물 관련 사업비가 증가하고 사업 추진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LH 감사실은 "이 특정감사는 신도시 보상착수 전 업무처리 전반에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과다 보상 발생 요인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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