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애틀랜타 총격사건 애도 집회…"이제 침묵해서는 안 돼"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사건은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카이 부이, 베트남인 2세)
아시아계 2세들이 23일(현지시간)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를 멈추라고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독일 아시아계 2세 네트워크인 'ichbinkeinvirus(나는바이러스가아니다).org', 댐(DAMN·독일아시아이민자네트워크), 코리엔테이션(Korientation·아시아·독일적시점네트워크), 코리아협의회, YEOJA매거진, 바프넷(BAFNET·베를린아시아필름네트워크) 등 6개 단체가 함께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300여 명이 참가했다.
삼삼오오 촛불을 든 참가자들은 애틀랜타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1분간 묵념을 하고 집회를 시작했다.
공동사회를 맡은 코리아협의회 위안부 실무그룹 소속 활동가인 베트남인 응우옌 투는 "독일내 아시아계 소수자로서 우리는 지난 16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인종차별주의적 공격의 희생자 8명을 애도하고, 이에 저항하는 의미에서 오늘 여기 모였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 중 6명은 아시아계 여성이었다. 우리는 이런 공격이 백인우월주의와 여성혐오,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고 여긴다"면서 "이는 일회성 증오범죄가 아니라 지난 수 세기 동안 특히 전시에 이어진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과도한 성적 대상화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와 지금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부당함에 대해 알리기 위해 오늘 평화의 소녀상 앞에 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아시아계 2세 예술가들의 노래와 랩 공연이 이어졌다. 애틀랜타 총격사건 희생자들을 위한 헌화도 줄을 이었다.
베트남인 2세 카이 부이는 이날 자유 발언을 통해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사건은 너무 충격적이며 절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면서 "친구들은 이후 밖에 나가길 두려워했다. 폭력과 아픔과 고통에 너무 지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침묵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더는 '조용한 아시아인'이 아니다. 인종차별주의에 대항하자"고 말했다.
지나 쉰들러 코리엔테이션 프로젝트 매니저는 "독일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늘었고, 더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애틀랜타 사건이 일어나자 다들 충격받았고 온라인 토론공간을 개설하자 순식간에 80여명이 모여 열띤 토론끝에 오늘 집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서의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은 사소한 문제로 치부되고 있고, 독일 정부의 국가 반인종차별주의 행동계획에는 아시아계가 아예 언급되지 않는 등 쟁점으로도 다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라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오는 28일에는 베를린 도심 브란덴부르크 문 인근 미국 대사관 앞에서 애틀랜타 총격사건 추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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