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결혼식장 들어갔던 아빠, 사랑해요"…콜로라도 희생자들

입력 2021-03-24 09:31   수정 2021-03-24 13:42

"손잡고 결혼식장 들어갔던 아빠, 사랑해요"…콜로라도 희생자들
숨진 경찰관 여동생 "오빠, 가족들 있을 거란 생각에 가장 먼저 달려갔을 것"
작년 여름 결혼식장서 함께 걸었던 아빠 잃은 딸 "손녀딸 위해 강해질게요"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전날 10명의 생명을 앗아간 미국 콜로라도주(州) 볼더 식료품점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들의 사연이 23일(현지시간)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미국 언론이 가장 주목하는 희생자는 경찰관으로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갔다가 총기 난사범의 총에 맞아 숨진 에릭 탤리(51)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탤리의 여동생 커스틴 브룩스(49)를 인터뷰해 탤리의 생전 모습을 조명했다.
브룩스는 탤리가 오빠로서 언제나 자신을 보호해줬다고 기억했다. 어릴 적 자신이 말썽을 피우면 오빠가 대신 나서서 혼이 났다는 것이다. 또 학교에서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면 '내 동생 괴롭히지 말라'며 오빠가 늘 나섰다고 회고했다.
이런 관계는 어른이 되고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탤리는 종종 브룩스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고 스스로를 잘 보살피라고 했다. 이런 태도는 자신의 아내와 자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브룩스는 "솔직히 나는 오빠를 안다. 슈퍼마켓에서 총격이 있다고 들었을 때 그의 첫 생각은 '거기엔 아이들이 있는데'였을 거라는 걸 안다"며 그는 자기 아이들을 사랑했다. 그 가족들도 (총격 사건 현장인) 킹 수퍼스에서 물건을 샀다"고 말했다.




브룩스는 "나는 에릭(탤리)이 (상점에 있던) 그 모든 목숨을 다 살리길 원했을 거라는 걸 안다"며 "왜 그가 거기에 첫 번째로 날아갔는지 안다. 왜냐하면 '그 가게엔 가족들이 있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족·친구들에 따르면 10여 년 전 탤리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절친한 친구가 음주운전(DUI) 사고로 숨진 뒤 그는 일을 관두고 마흔 살의 나이에 경찰학교에 들어갔다.
탤리의 경찰학교 동료인 제러미 허코는 탤리가 경찰학교에서 어떻게 친구의 죽음이 경찰관이 되도록 하는 동기가 됐는지 설명했다고 전했다.
리키 올즈(25·여)는 킹 수퍼스의 매니저였다. 할머니·할아버지가 그녀를 키웠지만 "강하고, 독립적인 젊은 여성"이었다고 삼촌인 밥은 전했다.


밥은 CNN에 리키가 "아주 활동적이고 카리스마가 있었으며 그녀는 이 어두운 세상에 빛나는 불빛이었다"고 말했다.
밥은 조카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과 지역 병원, 검시관실 등 여러 곳에 전화를 돌려야 했고 사건 이튿날 새벽 3시에 검시관실로부터 조카가 사망했다는 확인 전화를 받았다.
테리 라이커(51·여)는 킹 수퍼스에서 30년간 일해왔다. 라이커의 친구 렉시 넛슨은 로이터에 "그녀는 일하러 가기를 좋아했고 그곳에 있는 것을 즐겼다"고 전했다.
2018년 12월부터 이 가게에서 일해온 데니 스트롱(20)도 용의자의 총에 희생됐다. 스트롱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비행기와 자전거, 오토바이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지난 8일에는 총기 권리에 찬성하는 단체에 기부해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의 친구는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올린 글에서 "그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고, 이런 일을 겪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그는 이런 일을 당할 만한 선택을 한 적이 없다"고 썼다.
리키와 라이커, 스트롱 등 3명은 모두 킹 수퍼스의 직원이었다.


케빈 머호니(61)는 장을 보러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머호니의 딸 에리카는 "지난해 여름 아빠가 나와 함께 (결혼식장) 복도를 걸을 수 있었던 데 감사한다"는 글을 결혼식 사진과 같이 올렸다.
에리카는 "이제 나는 임신을 했다. 나는 아빠가 손녀딸을 위해 내가 강해지기를 원한다는 걸 안다"라며 "아빠, 영원히 사랑해요. 아빠는 언제나 저와 함께 있어요"라고 적었다.
이번에 희생된 수잰 파운틴(59·여)을 과거 자신들이 운영한 라이브 음악 가게의 매니저로 데리고 있었다는 헬렌 포스터는 파운틴이 "함께 어울리면 즐거운 사람"이라며 "그녀의 웃음은 방을 환하게 했다"라고 말했다.
포스터는 "그녀(파운틴)는 내가 알았던 사람 중 가장 친절한 사람 중 한 명"이라며 "큰 손실이다"라고 회고했다.
이번 총격의 희생자는 모두 10명으로 이들의 연령대는 20∼65세로 다양했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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