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열강이 대포 몇 대로 중국 대문 여는 시대 지났다"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오늘의 중국은 12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외국 열강들이 대포 몇 대로 중국의 대문을 열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영영 지났다."
청나라가 의화단 사건 처리를 위해 열강과 체결한 불평등 조약인 '신축(辛丑) 조약' 이후 12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이 허약한 나라에서 서방국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강대국이 됐다는 것을 강조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에 중국 누리꾼들이 환호하고 있다.
약 120년 전 중국에서는 '청나라를 도와 서양 오랑캐를 몰아내자'며 의화단이 봉기했다. 의화단은 베이징에 입성해 열강의 공사관까지 공격했으나 8개국 연합군에 진압됐으며 청나라는 1901년 신축 조약을 체결하고 은 4억5천만냥을 배상금으로 지불했다.
중국인들은 서방이 손을 잡고 중국을 거세게 압박하는 현 상황을 120년 전과 비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1901년과 2021년 모두 신축년이다.
앞서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중국의 신장(新疆)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제재를 가했다.
중국은 곧바로 유럽 측 인사 10명과 EU 이사회 정치안전위원회 등 단체 4곳을 제재하는 맞대응에 나섰다.
화 대변인은 EU와 미국 등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중국이 120년 전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가 이익과 민족 존엄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굳은 의지를 과소 평가하지 말라"면서 "받은만큼 돌려주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들은 결국에는 우둔함과 오만함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 화 대변인의 강경 발언은 관련 해시태그가 24일까지 1억5천만건의 조회수를 올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많은 중국 누리꾼은 "화 대변인 말이 맞다. 오늘의 중국은 12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우리 세대는 강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누리꾼은 "친구가 오면 술로, 적이 오면 사냥총으로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은 중국의 현 상황을 과거와 대비하며 누리꾼들의 애국심을 고양하고 있다.
앞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양국 고위급이 설전을 벌인 알래스카 회담이 열린 지난주 웨이보 계정에 '두 신축년의 대비'란 사진을 올리며 "중국인과 말할 때는 태도에 주의하라"고 지적해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y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