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한일 양국 정부에 제안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일본의 저명한 학자와 변호사 등 지식인들이 24일 한일 관계에서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위안부 문제 해결에 관한 제언을 담은 공동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본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A4 용지 7쪽 분량의 논문에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경위를 짚은 뒤 한일 양국 정부가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재확인하고 그 합의 정신을 한층 높이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2015년 위안부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이 합의를 통해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종결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합의 직후부터 협상 과정에서의 피해자 배제 논란이 일고, 사죄 표명을 둘러싼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의 진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그 여파로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재협상이나 파기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적극적인 준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피해자들의 반발 속에 합의는 사실상 효력 상실 상태로 전락했다.
이들은 우선 현 일본 정부를 이끄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을 사죄한 '고노 담화'(1993년), 일본의 식민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를 계승하는 입장에서 2015년 합의의 핵심부분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가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 아베 전 총리의 말을 새롭게 문서로 만들어 서명한 뒤 일본 정부를 대표하는 한국 주재 일본 대사를 통해 20명으로 알려진 생존 위안부 피해자에게 그 뜻이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 합의였다고 인정한 문 대통령에게는 이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에 출연한 10억엔의 사용 내역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정부 출연금 중 생존 피해자 35명에게 각 1억원, 피해자 유족 58명에게 각 2천만원씩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공식 발표해 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그다음 절차로 나머지 출연금(5억4천만엔)에 한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재단에 별도로 지원한 100억원(약 10억엔)을 합해 한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위안부문제연구소' 설립을 위한 협의를 일본 정부와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위안부문제연구소'는 피해자와 그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길이 후세에 전할 수 있는 증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일본 외무성이 미국 글렌데일시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미국 시민의 소송을 돕기 위해 미 연방대법원에 소녀상이 미일 우호를 훼손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지난 3월 밝힌 점을 거론하며 "어리석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과거 잘못을) 잊지 않고 교훈을 기억하면서 후세에 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죄로 이어질 것"이라며 관련 비문 내용에 의문을 가졌다면 더 연구해 사실에 부합하는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일본이 취해야 할 입장이라고 일갈했다.
이번 공동논문 작성에 참여한 인사들은 한국대법원의 징용피해자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로 반도체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가 시작된 후인 2019년 7월 '한국은 적인가'라는 성명을 발표해 당시의 아베 정권을 비판했다.
또 스가 정권이 출범한 지난해 9월에는 '한국은 적이 아니다. 이제야말로 한일 관계 개선을'이란 성명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논문 작성에는 하루키 교수 외에 이시자카 고이치 릿쿄대 교원, 우쓰미 아이코 게이센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오카모토 아쓰시 월간잡지 '세카이' 편집장, 스즈키 구니오 시민연합 메구로·세타가야 공동대표,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야노 히데키 조선인강제노동피해자 보상입법추진 일한공동행동 사무국장이 이름을 올렸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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