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참여자들 자국 보건부에 검증 요청…"70%에게서만 항체 형성"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에서 지난달부터 시중에 공급되기 시작한 두 번째 자체 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에피박코로나'의 효능이 높지 않다는 임상 참가자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24일(현지시간) 현지 온라인 뉴스통신 '뉴스루'에 따르면 에피박코로나 백신 임상시험 참여자들이 자국 보건부에 이 제품에 대한 검증을 공식 요청했다.
이들은 보건부에 보낸 서한에서 자체 검사 결과 접종자 다수에게서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다면서 백신이 개발자 측이 주장하는 정도의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임상시험 자원자 그룹 대표 안드레이 크리니츠키는 현지 반정부 성향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와의 인터뷰에서 "보건당국이 추천한 검사법으로 항체 수준을 측정했지만 약 70%에게서만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크리니츠키는 "에피박코로나 백신을 두 차례 모두 접종한 뒤에도 코로나19에 걸려 폐 손상을 입은 18명의 자료를 갖고 있다"면서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폐 손상이 심각한 환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 모두는 에피박코로나를 2회 접종하고 2차 접종 후 1주일 이상이 지나 감염된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백신의 예방효과가 상당히 높고 접종이 최소한 중증으로의 감염병 악화를 막아준다는 개발자 측 설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해당 백신을 개발한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 소재 국립 바이러스·생명공학 연구센터 '벡토르' 측은 "면역은 통상 2차 접종 후 21일 이상이 지나야 형성된다"면서 성급한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모스크바 인근 스콜코보 과학·기술연구소 교수 드미트리 쿨리슈는 "에피박코로나는 단 한 차례의 학술논문 게재나 보고도 없이 승인됐다"면서 "정부가 의약품을 논문 게재나 다른 정보 공개 없이 승인하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벡토르 센터는 3개월여 년 전에 백신 효능에 대한 임상 결과 논문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앞서 지난해 10월 벡토르 센터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에피박코로나를 '스푸트니크 V' 백신에 이어 두 번째로 공식 승인한 바 있다.
벡토르 센터는 러시아 보건·위생·검역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 산하 연구소다.
하지만 첫 번째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와 마찬가지로 3단계 임상시험(3상)에 앞서 1, 2상 뒤 곧바로 승인하면서 백신의 효능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벡토르 센터는 사용 승인 후인 지난해 11월부터 60세 이상 150명, 18~60세 3천 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백신에 대한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에피박코로나는 벡터(전달체) 방식의 스푸트니크 V와 달리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 일부인 항원을 합성해 제조하는 합성 항원 백신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시중에 공급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약 18만6천 도스(1회 접종분)가 공급된 것으로 파악된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