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좌석배치 사회적 거리두기 안해…내릴 때와 공항 엘리베이터 안은 신경 써
(요하네스버그·케이프타운=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24일(현지시간) 오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OR탐보 국제공항의 국내선 대합실은 여행객들로 붐볐다.
들어가는 입구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다들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는 모습만 빼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인지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다만 운항 비행편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이고 공항 내 운용 구역도 일부로 제한됐다. 구두닦이 하는 직원들이 여행객 가방까지 세정제를 뿌려가며 팁을 받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짐을 운반해주는 포터가 잽싸게 카트를 대신 부여잡고 안내와 짐 수속을 돕고는 팁을 챙겼다.
일찍 공항에 도착한 덕분에 탑승 전 카페 라테 한잔을 마시고 탈 여유는 있었다. 서빙하는 직원이 재빨리 테이블을 세정제로 닦은 다음 손님을 맞았다.
10시 15분 이후부터 보딩(탑승)에 들어가 이륙은 정확히 11시 직전에 했다.
요하네스버그 특파원으로 부임한 지 거의 1년여 만에야 구름을 뚫고 창공으로 솟구치는 비행 경험을 하게 돼 좀 기뻤다.
지난 1년 가까이 코로나19로 록다운(봉쇄령)을 했기 때문에 남아공 제1 명승지라는 케이프타운을 가보지도 못했는데 규제가 완화된 뒤 이제야 항공편으로 가보게 됐기 때문이다. 비행시간은 딱 2시간가량이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케이프타운까지 가는 BA(영국항공)6409 비행기 좌석 점유율은 거의 70% 수준이었다.
168석 만석에 116명 정도 탄 것 같다고 승무원은 말했다.
27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록다운(봉쇄령)이 만 1년이 다 되는 가운데 국내선 여행객이 제법 활성화됐음을 알 수 있다.
승무원은 왜 사람들이 군데군데 좌석 열에 세 명씩 '풀'(full)로 붙어 앉아 있냐고 묻자 기내에선 '사회적 거리'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 지나가면서 승객이 마스크를 내린 채 졸고 있자 마스크를 코까지 덮어쓰라고 주의를 주기는 했다.
록다운이 아직 1단계이지만 사실상 정상적으로 운항하는 셈이다.
가족 단위 여행객도 보였다.
저쪽 앞 좌석에는 유아가 울어대고 바로 다음 뒷좌석에는 어린이에게 과자를 주느라 부스럭거렸다.
부활절 휴가 기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면 좀 남았지만 미리 이동하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한 중년 여성은 북부 지역 림포포에 사는 데 2주 반 동안 케이프타운 서머셋웨스트의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려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케이프타운에서 한 두 달 고래 연구를 하고 있는 동물학 전공 여자친구를 보러 간다는 대학생 비아(22)는 "나도 이렇게 사람이 많이 타서 놀랐다"고 말했다.
현재 프리토리아 서부에 있는 츠와네 공과대학(TUT)에서 건축학 전공 4년생인 그는 5년 만에 케이프타운에 간다면서, 이전에는 남아공 육상 챔피언 대회 400m 달리기 선수로 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선 BA가 국내선 운항을 하지 않고 국제선만 있다고 하자 그러냐고 했다.그러면서 BA는 망고 등 남아공 내 저가 항공사와 가격 차가 수백 랜드(몇만 원)밖에 차이 나지 않아 자기도 싼 항공편을 찾다가 그냥 BA로 했다고 덧붙였다. 단 항공권에 보니 BA의 남아공 현지 제휴 운용 항공사는 콤에어였다.
어느덧 케이프타운 공항에 비행기가 가까이 접근하며 저 멀리 바다가 보이면서 '드디어 왔다'는 실감이 났다.
가뿐히 착륙 후 비행기에서 내리는데 앞쪽 비즈니스석 승객이 먼저 내리고 뒤에 이코노미석은 두 줄씩 차례대로 일어서서 내리게 했다. 짐도 전부 한꺼번에 내리지 못하게 하고 순서대로 유도해 내리면서 비로소 사회적 거리를 두게 했다.
비행기 출구에서 환송하는 조종사와 승무원 등에게 "(팬데믹 이전 상황에 비해 운항이) 정상으로 돌아왔냐"고 묻자 "그렇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 아래 공항 직원들도 저마다 고무장갑을 끼고 세정제를 든 채 착륙한 비행기로 다가갔다.
도착장을 빠져나오는데 우버 택시 안내를 스마트폰 문구로 안내하며 손님을 호객하는 기사들이 이채로웠다.
공항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넓은 엘리베이터 안은 다섯 명만 타도록 바닥에 따로 표시해 코로나19 상황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2박 3일 간의 케이프타운, 희망봉 출장을 마치고 26일 귀갓길도 마찬가지였다.
요하네스버그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갈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탄 듯했다.
세 명씩 붙어 앉은 좌석이 훨씬 많았다.
옆에 앉은 부동산 관리업자 율란다(여)는 "(다들 다닥다닥 붙어앉아) 좀 스트레스긴 하다"라면서도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달 남아공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1천 명 안팎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비행기는 어느덧 정상적으로 요하네스버그 공항에 다시 안착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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