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이해진의 '글로벌 꿈'에 닥친 시험…동북아라는 지정학적 함정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일본 최대 포털 야후 재팬의 지도 서비스에는 독도와 동해가 없다. '다케시마'와 '일본해'가 있을 뿐이다.
야후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정체불명의 경계선을 그어 놓고 '시마네(島根)'라는 일본 지명 표기까지 해놓았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발끈할 행태지만, 야후가 일본 회사라면 뭐라고 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노릇이다. 적어도 올해 초까지는 그랬다.
야후 재팬은 지난달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경영 통합을 마치면서 이제 절반은 한국 회사가 됐다.
두 회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나눠 갖고 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회장 겸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해외 진출은 이해진 GIO의 오랜 꿈이다.
그는 얼마 전에도 네이버 직원들에게 "한정된 기술과 기획 인력을 국내와 해외 중 어디에 집중시킬지 판단했을 때 해외에 나가는 게 더 좋은 결정"이라며 "3~5년 뒤 제가 하자고 했던 해외 사업이 망하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라인과 야후의 경영 통합에 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 이어 일본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이해진 GIO의 꿈에,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첫 시험이 닥쳐왔다.
일본 사용자가 8천600만명에 달하는 메신저 라인의 개인정보가 중국과 한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현지 보도가 큰 파장을 몰고 온 것이다.
일본 내각부가 방재 정보를 제공하던 라인 계정 운영을 중단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라인 이용을 꺼리는 움직임이 나타났다.이에 라인 측은 즉각 고개를 숙였다. 한국에 보관 중인 일본 사용자의 데이터를 올 9월까지 모두 일본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아사히(朝日) 신문의 보도가 나온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신속하게 이뤄진 조처다.
당장 법적으로 저촉되는 일이 아닌데도 이렇게 민감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현지의 반중·반한 정서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문화·지리적으로 밀접한 관계만큼이나 갈등 역시 첨예한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에 국경이 없는 인터넷 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한일 외교 갈등에 여러 기업이 부침을 겪었고, 최근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맞선 국내 반중 정서가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고 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를 이끌다 일본에서 철창신세를 져야 했던 카를로스 곤 회장을 보는 시각은 엇갈리지만, 그가 겪은 고난의 배경에는 닛산의 매출이 모회사인 르노를 추월하면서 생긴 사내 알력 다툼과 프랑스·일본 정부 간 갈등이 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곤 전 회장은 첩보 영화처럼 악기 상자를 이용한 일본 탈출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일본에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충고한다. 당장 일본을 떠나라. 당신의 인생을 위태롭게 하지 마라. 당신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ljungber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일본 최대 포털 야후 재팬의 지도 서비스에는 독도와 동해가 없다. '다케시마'와 '일본해'가 있을 뿐이다.
야후는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정체불명의 경계선을 그어 놓고 '시마네(島根)'라는 일본 지명 표기까지 해놓았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발끈할 행태지만, 야후가 일본 회사라면 뭐라고 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노릇이다. 적어도 올해 초까지는 그랬다.
야후 재팬은 지난달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경영 통합을 마치면서 이제 절반은 한국 회사가 됐다.
두 회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나눠 갖고 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회장 겸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해외 진출은 이해진 GIO의 오랜 꿈이다.
그는 얼마 전에도 네이버 직원들에게 "한정된 기술과 기획 인력을 국내와 해외 중 어디에 집중시킬지 판단했을 때 해외에 나가는 게 더 좋은 결정"이라며 "3~5년 뒤 제가 하자고 했던 해외 사업이 망하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라인과 야후의 경영 통합에 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 이어 일본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이해진 GIO의 꿈에,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첫 시험이 닥쳐왔다.
일본 사용자가 8천600만명에 달하는 메신저 라인의 개인정보가 중국과 한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현지 보도가 큰 파장을 몰고 온 것이다.
일본 내각부가 방재 정보를 제공하던 라인 계정 운영을 중단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라인 이용을 꺼리는 움직임이 나타났다.이에 라인 측은 즉각 고개를 숙였다. 한국에 보관 중인 일본 사용자의 데이터를 올 9월까지 모두 일본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아사히(朝日) 신문의 보도가 나온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신속하게 이뤄진 조처다.
당장 법적으로 저촉되는 일이 아닌데도 이렇게 민감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현지의 반중·반한 정서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문화·지리적으로 밀접한 관계만큼이나 갈등 역시 첨예한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에 국경이 없는 인터넷 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한일 외교 갈등에 여러 기업이 부침을 겪었고, 최근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맞선 국내 반중 정서가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고 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를 이끌다 일본에서 철창신세를 져야 했던 카를로스 곤 회장을 보는 시각은 엇갈리지만, 그가 겪은 고난의 배경에는 닛산의 매출이 모회사인 르노를 추월하면서 생긴 사내 알력 다툼과 프랑스·일본 정부 간 갈등이 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곤 전 회장은 첩보 영화처럼 악기 상자를 이용한 일본 탈출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일본에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충고한다. 당장 일본을 떠나라. 당신의 인생을 위태롭게 하지 마라. 당신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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