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올림픽수영장 8배 준설…예인선 이용한 배 방향 바꾸기 개시
오늘밤 배띄우기가 1차 목표…"바람·조류 영향받는 까다로운 작업"
(카이로·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김용래 기자 = 대형 컨테이너선이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해 물류가 차질이 빚어지는 것과 관련해 미 해군이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수에즈 운하 관리당국은 제방에 박힌 뱃머리를 빼내기 위한 준설작업을 마무리하고 예인선을 이용해 배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
26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중동에 주둔하는 미 해군의 준설작업 전문가들이 이르면 27일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의 수에즈 운하 좌초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 해군 관계자들은 현장을 살펴본 뒤 이집트 당국의 복구작업을 어떻게 지원할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 파견은 카이로 주재 미국대사관의 제안에 이집트 정부가 동의해 이뤄졌다.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수에즈 운하 선박 좌초와 관련, "에너지시장에 대한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집트 당국에 우리가 도움을 제안했다. 어떻게 최선의 방식으로 도울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은 채 좌초한 파나마 선적의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를 다시 물에 띄우기 위한 작업은 현지시간으로 26일 늦은 시각 중단됐으며 27일 재개될 예정이다.
좌초한 배를 운하에서 빼내기 위한 준설과 예인 작업은 26일까지 나흘째 계속됐지만, 뱃머리가 제방에 박힌 거대한 선박을 물에 띄우는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체 부양 작업을 지휘하는 버나드 슐테 선박 관리(BSM) 측은 26일 오후(현지시간)까지 작업을 진행했으나 선체를 물에 띄우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BSM과 구난 업체 스미트 샐비지(Smit Salvage) 측은 오는 28일 예인선 2대를 현장에 추가로 투입해 선체 부양 작업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는 이미 9척의 예인선이 투입되어 있다.
BSM 측은 "이제 작업의 초점은 배의 우현 선수 부분에 있는 모래와 진흙을 걷어내는 준설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하의 제방에 박혀 있는 배의 머리 부분을 빼내기 위한 준설작업을 위해 시간당 2천㎥의 모래를 옮길 수 있는 특수 흡입식 준설선이 투입됐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이날 밤 늦게 준설작업량을 마쳤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배를 다시 띄우기 위해서는 최대 총 2만㎥가량의 모래와 흙을 퍼내야 하는데 이는 올림픽 수영장 부피의 8배 규모다.
SCA는 준설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예인선을 동원해 배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좌초 선박을 운하 밖으로 빼내려면 양쪽 제방에 비스듬하게 걸쳐 있는 선박의 방향을 운하와 평행하게 바꿔야 한다.
오사마 라비 SCA 청장은 "9대의 예인선이 배의 방향을 바꾸는데 투입됐다. 이 작업의 성공 여부는 바람의 방향과 조류 등 많은 변수에 달렸다. 기술적으로 복잡한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사고 선박의 선주인 일본 쇼에이 기센의 유키토 히가키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시간 토요일(27일) 밤에 사고 선박을 다시 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에게 불편을 끼쳐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길이 400m, 폭 59m, 총톤수 22만4천t에 달하는 거대한 배를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배에는 2만여 개의 컨테이너가 실려 있어 준설과 예인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에버기븐호는 지난 23일 오전 수에즈 운하 중간에서 좌초했다.
이 사고로 글로벌 교역의 핵심 통로인 수에즈 운하의 통행이 막히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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