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진영 "군부 수치의 날" 비판…지나가던 행인·오토바이 등에 무차별 총질
국영TV "머리와 등 총 맞을수도" 경고…흘라잉 "안정 해치는 테러 용납 못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군의 날'인 27일 미얀마 전역에서 또다시 무고한 시민들의 피가 뿌려졌다.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몰려나온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군경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6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23일 집안에서 7살 소녀가 군경 총격에 목숨을 잃은데 이어 이날도 7살, 10살, 13살 어린이 3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대규모 군사 열병식으로 힘을 과시한 군부가 국가 안정을 해치는 '테러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해 향후 민간인 희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지 매체 및 외신에 따르면 이날 최대 도시 양곤을 비롯해 미얀마 곳곳에서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미얀마군의 날'인 이날을 애초 이름인 '저항의 날'로 바꿔 부르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미얀마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자국을 점령한 일본군에 대항해 무장 저항을 시작한 날을 기념한 '저항의 날'은 1962년 군부 정권이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군의 날'로 이름이 바뀌어 불리고 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오후 3시30분(현지시간) 현재 이날 하루에만 양곤,만달레이,사가잉,바고,마그웨,카친 등에서 최소 59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중에는 7살, 10살, 13살 아이들도 포함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같은 사망자 규모는 지난 14일 양곤 안팎에서 60명 가량이 숨진 이후 최악의 유혈 참사다.
현지 SNS에서는 머리에 총을 맞은 5살 아이도 결국 숨졌고, 한 살배기도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반(反) 군부독재의 날'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날 시위에 군경은 무차별 총격으로 대응했다.
앞서 국영 MRTV는 전날 밤 보도에서 시위대를 향해 "머리와 등에 총을 맞을 위험에 처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보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양곤 외곽 달라의 경우, 이날 오전 3시 이전에 8명이 숨졌고, 최소 18명이 부상했다고 이라와디는 보도했다.
당시 시위대는 전날 구금된 여성 2명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현지 SNS에는 거리를 지나가는행인과 차, 오토바이 등를 향해 군경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는 장면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남부 다웨이 지역에서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향해 군경이 갑자기 차를 세우고 총격을 가하는 장면도 많은 네티즌의 공분을 자아냈다.
이와 함께 군경이 거리에서 시신을 유기하는 모습들도 SNS에 올라왔다.
시위대 피해가 커지면서 재미얀마 한인회는 이날 오후 긴급공지문을 통해 최대한 외출을 삼가고 외출하더라도 시위지역에 접근하지 말라며 안전을 당부했다.
군경의 유혈 진압에 대해 임시정부 역할을 하는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사사 유엔 특사는 온라인 포럼에서 "이날은 군부 수치의 날"이라고 비판했다.
사사 특사는 "군부 장성들은 3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들을 죽여놓고는 미얀마군의 날을 축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 총격 등 군경 폭력에 희생된 것으로 확인된 이는 328명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군부는 이날 제76회 '미얀마군의 날'을 기념하며 군인과 무기들을 대거 동원해 군사 열병식을 개최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열병식에 앞서 행한 TV 연설에서 "안정과 안전을 해치는 폭력적 행위들은 부적절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또 비상사태 이후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지만, 구체적 일자는 여전히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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