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화해 못한 신격호·신춘호…롯데·농심 반세기 앙금 풀리나

입력 2021-03-28 10:26   수정 2021-03-28 12:36

생전 화해 못한 신격호·신춘호…롯데·농심 반세기 앙금 풀리나
신춘호 빈소에 범롯데가 집결…영정 옆에 신동빈 조화
두 그룹 2세 경영 본격화 속 화해 무드 관심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27일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세상을 뜨면서 반세기 넘게 이어지던 농심가(家)와 롯데가의 묵은 앙금이 풀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두 기업의 갈등은 56년 전인 196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춘호 회장은 1965년 라면 사업 추진을 놓고 형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과 갈등을 겪은 끝에 라면업체 롯데공업을 설립하며 독립했다. 그러다가 신격호 회장이 롯데 사명(社名)을 쓰지 못 하게 하자 아예 1978년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고 롯데와 결별했다.
이후 두 형제는 왕래를 끊고 가족 모임에도 서로 참여하지 않는 등 반세기 넘도록 앙금을 이어왔다. 지난해 1월 신격호 회장이 별세하고, 전날 신춘호 회장도 영면에 들면서 형제는 끝내 생전에는 화해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신격호 회장 별세 당시 신춘호 회장의 조문 여부가 세간의 관심을 모았지만, 그는 결국 형의 빈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 조문했다.
신춘호 회장의 조카가 되는 신동빈 롯데 회장은 현재 일본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국 시 자가격리 기간 2주를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조문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전날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신춘호 회장의 빈소에는 범롯데가 일원이 집결하면서 재계에서는 두 가문이 화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모았다.
우선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나란히 조화를 보냈다. 두 조화는 고인의 빈소 내부에 자리 잡았다. '롯데 임직원 일동' 명의의 조화도 도착해 빈소 외부 한편에 놓여 눈길을 끌었다.
고인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조카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등 범롯데가 일원들이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오너가 일원은 아니지만 '롯데그룹 2인자'를 지낸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도 전날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도했다.
신격호·신춘호 두 회장이 1년 차이를 두고 세상을 뜨면서 롯데그룹과 농심 모두 2세 경영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게 됐다.
롯데그룹은 2015년 '왕자의 난'에서 승리한 신동빈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신 회장은 당시 그룹 경영권을 두고 형 신동주 회장과 경쟁한 끝에 한일 경영권을 모두 장악했다.
농심은 롯데와 달리 일찍이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후계자로 점찍어진 상태였다.
그는 1997년 농심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2000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농심 경영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신 부회장은 농심의 최대주주인 농심홀딩스의 최대주주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그의 농심홀딩스 지분은 42.92%다.
신춘호 회장의 다른 두 아들인 동윤·동익 씨는 각각 율촌화학 부회장과 메가마트 부회장을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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