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동양인에 많은 'ERCC6' 유전자 변이 발견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악명이 높은 췌장암의 예후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전자 변이를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류지곤 교수팀은 2017∼2019년 췌장암 환자 103명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예후 및 치료 반응성 예측 등에 유용한 유전자 변이 'ERCC6'를 찾았다고 29일 밝혔다.
췌장암 환자의 80∼85%는 수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진단된다. 5년 생존율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건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지만, 그동안 정확한 예측 인자가 확인되지 않았다.
췌장암 환자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 'ERCC6'은 DNA 손상과 복구에 관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해당 변이가 있는 환자의 경우 폴피리녹스 항암 요법에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이 결과는 해당 유전자 변이가 있는 췌장암 환자에게 폴피리녹스 요법을 우선해서 처방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현재 췌장암의 표준 항암치료는 크게 두 가지다. 네 가지 약제를 쓰는 폴피리녹스와 두 가지 약제를 쓰는 젬시타빈-아브락산 요법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중 어떤 것을 적용할지는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기에 현장에서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류 교수는 "한국인 췌장암 환자에서 특정 항암제에 반응하는 ERCC6 유전자 변이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며 "향후 간단한 혈액 채취로 어떤 항암화학요법을 먼저 시행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중요한 바이오마커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암'(Cancers) 최근호에 게재됐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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