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박용주 정수연 곽민서 기자 = 정부가 29일 발표한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투기의 사슬을 끊어내고자 예방부터 적발, 처벌, 환수 등 4대 영역에서 총 20개의 개혁 과제를 담고 있다.
예방 부문에선 재산 등록 대상을 확대하고 토지 단기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올리는 등 내용을 담았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출범시키고 인물 중심 투기 조사를 토지 중심으로 바꾼 것도 상당한 변화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거래를 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이득의 3∼5배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 부동산 공직자 재산등록해 투기 예방
예방과 적발, 처벌, 환수 등 4개 영역에서 정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영역이 예방 부문이다. 부동산 투기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체 20개 과제 중 7개 과제가 예방에 대한 부분이다.
먼저 공직자에 대한 재산등록을 강화했다.
토지개발, 주택건설 등 부동산 관련 부처 및 공공기관, LH와 서울도시주택공사(SH) 등과 같이 부동산 업무를 전담하는 기관 전 직원이 재산등록을 해야 한다. 인사혁신처 재산 등록 대상이 현재 약 24만명(4급 이상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 이상)에서 30만명 안팎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들 부동산 관련 업무 공직자는 부동산 신규 취득도 제한한다. 직무 관련 소관 지역이라면 원칙적으로 신규 취득을 못 한다.
아울러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신속히 입법화해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 행위에 대한 징계와 벌칙을 강화하기로 했다.
◇ 단기거래 양도세 중과…1천㎡이상 토지 취득시 자금계획서
투기적 토지 거래의 기대 수익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핵심은 단기 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세율을 내년부터 10~20%포인트 인상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1년 미만 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세율은 50%에서 70%로, 2년 미만 보유 토지는 현행 40%에서 60%로 높아진다.
농지 취득 심사도 강화한다.
농민이 아닌 사람이 농지를 취득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일례로 앞으로는 농업진흥지역 토지는 주말 체험 영농 목적으로 취득을 할 수 없게 된다.
농업경영계획서 상 의무 기재사항을 늘리고 관련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토지 취득 시 자금에 대한 감시도 강화된다.
가계가 비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1천㎡ 이상 토지를 취득할 경우에는 자금조달계획서도 내야 한다. 투기의심거래라고 판단되면 부동산거래분석원에 통보된다.
◇ 부동산거래분석원 출범…인물→토지 중심 기획조사
정부는 향후 부동산 투기 시도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적발, 색출해내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정부가 직접 나서서 부동산시장의 이상 거래를 모니터링한다.
이를 위해 개인의 금융·과세 정보를 제한적으로 조회할 수 있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출범한다.
분석원이 출범하기 전까지는 우선 부동산 거래분석기획단을 만들어 모니터링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국민의 적극적인 투기 제보와 신고도 장려한다.
투기신고센터를 설치해 부동산 투기 제보를 연중 내내 접수하고, 관계기관 연계를 통해 당장 100일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신고에 대한 포상금은 현행 최대 1천만원에서 최대 10억원까지 늘어난다.
아울러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처벌을 완화해줌으로써 추가로 시장 교란행위를 적발한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투기 등으로 부동산 거래질서를 훼손한 경우 부당 이득 금액의 최대 5배까지 환수가 이뤄지는데, 잘못을 '자진 납세'할 경우는 이러한 가중 처벌을 면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종전 인물 중심 조사의 틀을 벗어나 토지(필지) 중심 기획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부동산 투기 행태인 기획부동산이나 지분 쪼개기를 색출하고 차명거래에 의한 투기를 포착해내겠다는 취지다.
◇ 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시 최대 5배 벌금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거래를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에 처하거나 이득액의 3∼5배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내부거래·시세조작·불법 중개·불법전매 등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미공개 정보 이용 관련 처벌 대상은 기존에는 LH 임직원, 국토부, 공공주택사업자, 협의 대상 기관 등이었으나 여기에 LH 퇴직 후 10년이 지나지 않은 임직원, 미공개 정보를 취득한 제3자, 기타 부동산 관련 공공사업자와 기관, 업체가 추가된다. 미공개 정보나 내부정보를 비밀리에 이용해 투기를 할 경우 제재받는 이들의 범위가 대폭 확대된 셈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땅 투기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당 이익을 소급 몰수하는 방안의 위헌 소지 지적에 "기존 규정을 최대한 활용해 부당이득을 환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H 전 직원과 이들의 가족(직계존비속)들은 직무 관련 지역 안에서 부동산을 새로 취득하는 게 금지된다. 대신 ▲무주택자의 1주택 취득 ▲상속 ▲일시적 2주택 등은 신고를 받아 예외로 인정해준다. 주택과 토지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들이 투기하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LH 직원들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할 경우 중징계인 해임 혹은 파면을 당할 수 있다.
LH 직원들이 '꼼수'로 토지 보상금을 타내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대토보상이나 손실보상금 이외 택지도 주는 협의양도인 택지공급 대상자에서 LH 직원들은 모두 제외된다.
이번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얻는 등 'LH 사태'를 만든 이들은 강제로 토지를 팔거나 그러지 않을 경우 공시지가에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매년 물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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