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원 해산 통한 조기 총선 놓고도 의견 나눈 듯
자민당 간사장, 내각불신임안 제출되면 조기총선 건의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전임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만나 외교 등에 관해 조언을 구했다.
약 7년 8개월간 이어진 제2차 아베 정권에서 사실상의 2인자인 관방장관으로 있던 스가는 아베가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를 이유로 중도 사임을 표명한 뒤 후임자로 급부상해 작년 9월 총리 자리에 올랐다.
아베는 일본 내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과 개인적 친분을 다져 외교를 잘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반면에 아베 정권에서 '안방마님' 역할을 맡았던 스가 총리의 외교 능력을 놓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스가 총리는 내달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외국 정상으로는 첫 대면 회담을 할 예정이다.
스가 총리로서는 이 회담을 자신의 외교 능력을 둘러싼 의구심을 떨쳐낼 기회로 활용해야 올 9월 이전 치러질 가능성이 큰 총선을 통해 장기 집권 기반을 다질 수 있다.
3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전날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현직 의원 신분인 아베 전 총리를 만나 약 45분간 환담했다.
스가 총리가 아베를 만난 것은 작년 10월 1일 이후로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내달 8~10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스가 총리는 외교가 서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장기 집권하면서 각국 수뇌들과 회담을 자주 한 아베 전 총리의 조언을 들은 것 같다고 전했다.
스가 총리는 아베를 만난 뒤 "내달 방미를 앞두고 8년간 정권을 맡았던 아베 전 총리와 이런저런 내정, 외교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매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의 의제를 설명하고 중국 문제를 놓고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스가 총리가 아베 전 총리와 내정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밝혀 올 10월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 해산을 통한 조기 총선 문제도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 스가 내각에 대한 야당의 불신임 결의안이 제출될 경우 중의원 해산을 스가 총리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해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선 야당 측이 정기나 임시 국회가 끝나기 전에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내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아즈미 준(安住淳) 국회대책위원장은 28일 "내각 불신임 결의안은 장기 집권 중인 자민당 정권에 우리 생각을 전하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올 6월 정기국회 폐회에 맞춰 제출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니카이 간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 발언에 대한 반응으로 "여당은 (중의원) 해산에 나설 각오를 하고 있다. 언제라도 제출해 달라"고 야당을 견제한 뒤 그런 상황을 맞게 되면 스가 총리에게 중의원 해산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놓고 일본 언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확산해 여당 내에서 중의원 조기 해산 가능성에 대한 신중론이 강한 가운데 자민당 내 2인자가 올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전에 총선을 치를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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