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이동제한으로 고사 위기…해외여행 허용은 불합리"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국내여행은 안 되고 해외여행은 가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사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 관광업 관련 업주들이 당국의 이동제한 조처가 불합리하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자 작년 말부터 업무·건강상의 사유가 없으면 거주지가 있는 주(州) 밖으로의 이동을 제한하는 조처를 지속하고 있다.
또 전국을 바이러스 고위험지역(레드존), 위험지역(오렌지존), 준위험지역(옐로존), 안전지역(화이트존) 등 4등급으로 나눠 등급별 방역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레드존에서는 외출 자체가 제한되고 오렌지존의 경우 거주 도시 또는 마을 밖 이동이 어렵다. 이들 지역에서는 공통으로 식당·주점 등의 비필수 업소의 현장 영업이 중단되고 오후 6시까지 포장 판매만 가능하다.
강도 높은 방역 조처로 숙박·요식업 등 관광업계는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다.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는 업소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이들의 분노를 키우는 것은 다소 모순돼 보이는 정부의 방역 규제다.
29일(현지시간) 뉴스 채널 Sky Tg24에 따르면 이탈리아 관광경영자협회(Astoi)가 최근 정부의 이동 제한 조처와 관련해 유권해석을 요청한 결과 레드·오렌지존이라 하더라도 해외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이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탈리아는 현재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 또는 유럽 내 솅겐 조약(물적·인적 자유를 보장한다는 내용의 조약) 가입국으로의 이동을 풀어놓은 상태다.
최근 유럽 전역이 바이러스 3차 유행의 타격권에 들었지만 이러한 조처는 유지되고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4만 명 안팎인 프랑스도 방문 허용 리스트 국가에 포함돼 있다.
관광업계에서 '주간 이동 금지로 이탈리아 전체 관광산업이 올스톱된 상황에서 해외여행은 허용한다는 정부 정책을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대 대목 가운데 하나인 내주 부활절 기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불필요한 이동을 막겠다며 연휴인 내달 3∼5일 전국을 레드존으로 지정해 외출을 제한하기로 했지만, 유럽국으로의 해외여행은 비교적 자유롭다.
숙박업 운영주 단체인 '페데랄베르기'(Federalberghi)의 베르나보 보카 회장은 "이탈리아 내 다른 도시로 이동할 수 없어도 카나리아제도(스페인령 휴양섬)는 갈 수 있다. 이는 불합리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은 바이러스 확산 상황이 심상치 않다면서 "부활절 기간 해외여행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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