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결함·실수?' 수에즈운하 마비 에버기븐호 사고원인 조사

입력 2021-03-30 18:19   수정 2021-03-31 12:17

'강풍·결함·실수?' 수에즈운하 마비 에버기븐호 사고원인 조사
결과 따라 선주·해운사·보험사 희비…천문학적 배상 소송 가능성도
일본 선주 13개 책임보험으로 3조4천억원 커버…사고 선박 구조적 피해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무역항로인 수에즈운하를 마비시킨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Ever Given)호의 좌초 원인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국제 해운·물류 업계에 엄청난 손실을 유발한 이번 사고의 조사 결과는 추후 천문학적인 배상 청구와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린다.
30일(현지시간) AP 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수에즈 운하 사고 현장을 빠져나와 그레이트비터호에 정박 중인 에버 기븐호에 해양 사고 조사 전문가들이 승선했다.
조사 전문가들은 에버 기븐호가 운하에 좌초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에즈운하의 도선사는 AP통신에 "전문가들은 선박 훼손 여부를 확인하고 선박 좌초 원인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선박 기술관리 회사인 버나드슐테선박관리(BSM)는 모래바람 등 강풍을 사고 원인으로 꼽은 바 있다.
또 사고 발생 초기에 선박의 전기 장치가 마비됐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BSM 측은 부인했다.
오사마 라비 수에즈운하 청장은 바람 등 강풍보다는 기술적인 결함이나 사람의 실수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또 이집트 대통령의 항만개발 및 운하 담당 보좌관인 마하브 마미시는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사고의 책임은 선장에게 있으며, 선주에게 운하 마비에 따른 보상과 구난 작업 비용 등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선박은 일본 쇼에이 기센 가이샤 소유이며, 이 배를 빌려 운용한 해운사는 대만의 에버그린이다. 선적은 파나마다.
선박이 좌초하면서 국제 해운·물류 업계가 입은 손실은 하루에만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운하를 운영하는 이집트 정부와 운하 통항 지연으로 손실을 본 해운사와 선주, 그리고 보험사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불복하거나 배상 조정이 불가능해질 경우, 장기간에 걸친 국제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선주인 쇼에이 기센 가이샤는 13개 선주상호보험을 통해 가입한 책임보험으로 약 30억 달러(약 3조4천억 원)를 커버할 수 있다.
또 전문가들은 일주일 가까이 좌초됐던 선박도 적잖은 타격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해운 분야 전문 온라인 뉴스 사이트 '지 캡틴 닷컴' 운영자인 존 콘래드 선장은 "사고 선박은 2만 개의 컨테이너의 하중을 견디며 1주일 가까이 조류에 따라 상하 왕복운동을 했다. 구조적인 손상이 생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선체가 일부 부양한 이후 완전히 부양할 때까지 모든 하중이 선수에 집중됐던 점도 선박의 구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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