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 열렸지만 '마비 후유증' 한동안 계속될 듯

입력 2021-03-31 10:27   수정 2021-03-31 12:16

수에즈 운하 열렸지만 '마비 후유증' 한동안 계속될 듯
"유럽 항구에 배 몰려 혼잡 우려"…최근 운임 상승탓 지연 비용 '눈덩이'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막혔던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한주 만에 뚫렸지만 여파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에즈 운하를 막아선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의 좌초 문제가 해결되면서 지난 29일(현지시간) 오후부터 선박이 운하를 통항하기 시작했다.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CSA)은 30일 아침까지 113척의 선박이 통과하고 나흘 안에 통행 체증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에즈 운하가 마비되는 동안 인근 항구, 홍해상에서 대기 중인 선박은 400척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대기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순조롭게 통과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인한 물류 운송 차질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랄레흐 칼릴리 퀸매리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31일 미 NBC방송에 예상치 않은 일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일주일 안에 대기 선박이 모두 통과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많은 선박이 한꺼번에 몰리게 된 유럽의 항구가 혼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전문가 얀 호프만은 30일 기자회견에서 병목현상이 몇 달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존 맹건 뉴캐슬대 해양 운송·물류학 교수는 "오늘의 4∼5일 지연은 다른 곳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사람에게는 몇 주 후의 4∼5일 지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팬데믹 속에서도 최근 몇 달 동안 세계적으로 생산과 소비가 반등함에 따라 세계 운임이 크게 올랐고, 이번 지연 사태로 팬데믹 이전보다 물류비용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운송 시간을 맞추지 못해 상품 가치가 떨어질 경우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수에즈 운하의 통행 재개를 기다리는 대신 아프리카 남쪽 끝인 희망봉을 통과하는 대체 항로를 선택한 점도 일정 지연과 비용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우회로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것보다 항해 시간이 열흘에서 3주 정도 더 걸린다.
맹건 교수는 "이번 사건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평생 한 번 일어날 법한 일이었지만, 세계의 허를 찌른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박 운항 차질로 피해를 본 기업의 보험금 청구와 소송전 등이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수에즈 운하를 통해 세계 물동량의 12%가 통과한다. 작년 한 해 약 1만9천 척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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