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지분 희석 우려도 있어…국내 차등의결권 도입되면 해소 기대"
"유니콘기업 상장 지원…중소형주 정보 무상배포"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쿠팡, 마켓컬리 등 국내 유니콘 기업(미래 성장형 기업)이 해외 증시 상장으로 발을 돌리는 것에 대해 "규제 문제도 있는 것 같고 해당 기업이 처하고 있는 개별 상황도 관련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손 이사장은 31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관련 질의에 이처럼 밝히며 "쿠팡의 경우 대주주가 외국계 펀드고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이어서 미국에 상장하는 게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오너들의 지분 희석 문제도 우려되는 부분이어서 차등의결권 있는 시장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도 여야 간의 차등의결권 도입하는 협의가 진행 중이고 그 부분이 해소되면 국내 상장에 그런 기업들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 이사장은 또 "해외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이 알아야 할 부분은 해외 상장에 따른 상장 비용, 상장 유지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라며 "그런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기업들이 선택할 것으로 생각하고 거래소도 상장 제도에 부족한 부분 있으면 개선해나가겠다"고 했다.
아울러 거래소는 올해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원스토어 등 사상 최대 규모인 15∼16개 기업의 상장이 예정돼 있다며 국내 증시에 상장할 혁신 기업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이날 발표한 '한국거래소 5대 핵심 전략 추진 방향'에서도 유가증권시장 상장과 관련해 시가총액 단독 요건 신설,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 특례 평가 절차 간소화 등을 거론하며 유니콘 기업의 상장 활성화를 위해 매력 있는 증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중소형기업에 대한 투자정보를 무상으로 배포해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관심도 끌어올리겠다고 덧붙였다.
손 이사장은 이밖에 ▲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는 자본시장 역할 확대 ▲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여 믿고 투자하는 시장환경 조성 ▲ 글로벌 시장 간 경쟁에 대응한 거래소의 경쟁우위 확보 ▲ 포스트 코로나 시대 거래소 조직역량 강화를 위한 혁신 등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한국판 뉴딜 정책을 지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등의 상품을 내놓고 'ESG 성과 대비 주가'(Price to ESG)와 같은 투자 지표 개발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관련 지수 3종 출시, 해외 주요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테마형 상품 개발, 주식 시장 호가 가격 단위 단계적 축소, 장외파생상품 거래축약제도 도입 등도 방안으로 제안했다.
한편 손 이사장은 거래소의 공매도 점검 주기가 한 달로 너무 길어 불법 공매도 차단에 부족한 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희가 하는 일은 과속할 때 경찰이 숨어서 단속하지 않더라도 설치해 있는 카메라 등으로 찍어 나중에 고지서 날아오는 시스템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며 "정부에서도 처벌 강화를 추진하기 때문에 의미 있게 작동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일고 있는 국민연금 매도와 관련해서는 "시장 상황이 변화했는데 기계적인 원칙에 매몰되는 건 현명한 처사는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과거에 정해놓은 포트폴리오 배분 원칙이 현재 상황과 딱히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신축적으로 운영하면 좋지 않겠나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손 이사장은 "(국내 증시가) '박스피'의 오명을 벗어서 조금 레벨업 된 건 전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기업 경영 투명성, 지배구조 안정, ESG 감수성 등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ncounter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