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택시 타보니…'승차감·공기청정' 모두 잡았다

입력 2021-03-31 17:25  

수소택시 타보니…'승차감·공기청정' 모두 잡았다
서울서 20대 시범운영…충전 문제는 더 개선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운전하다 보니 수소차의 매력에 빠졌어요. 가격만 조금 저렴하면 자가용으로도 한 대 사고 싶네요."
31일 수소택시 운전기사 최경종(73)씨는 뒷좌석에 탑승한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본사에서 서초구 자동차회관까지 약 12㎞ 거리를 수소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맑은 하늘을 상징하는 것처럼 하늘색으로 꾸며진 수소택시에 올라타자 좋은 향기가 코끝을 사로잡았다.
차 안에 놓은 방향제 영향도 있었지만, 일반적인 내연기관차에서 나는 엔진 냄새 같은 것이 나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최씨는 "일반차와 다르게 엔진의 나쁜 냄새가 안 나고 엔진 열기가 뿜어져 나오지도 않는다"며 "공기 정화 시스템도 탑재돼있어 실내가 쾌적하다"고 설명했다.
수소택시는 현재 서울에서만 총 20대가 시범운영 중이다. 2019년 10대에 이어 지난해에 10대가 추가 투입됐고 차종은 모두 현대자동차[005380]의 넥쏘다.
원래 일반 택시를 몰았던 최씨는 2019년 9월 시범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참여해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수소택시를 몰았다.
기자가 탄 수소택시는 주행 중 진동이나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에코 모드'로 주행 중이었는데도 달리는 힘이나 가속은 일반차 못지않게 좋았다.
최씨는 수소택시의 장점으로 일반차보다 차를 모는 스트레스가 덜 하다는 점을 꼽았다. 진동이나 소음이 거의 없는 데다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소차는 엔진이나 트랜스미션(변속기)이 없어 타이어와 라이닝 외에는 소모성 부품이나 윤활유를 주기적으로 교체할 필요가 없다.
최씨는 "최근에 정비센터에 가서 연료전지액을 교체한 것 외에는 특별히 유지비가 들어갈 일이 없었고 고장이나 사고도 없었다"고 말했다.
수소택시에 대한 승객들 반응도 예전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최씨는 "과거에는 낯설어서 또는 요금이 비싸다고 오해해 굳이 다른 일반택시를 잡아타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요새는 그러지 않는다"며 "막상 타고나면 편안하고 쾌적하다고 대부분 승객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불편한 점은 역시 충전 문제였다.
현재 서울에 수소충전소는 상암, 여의도(국회), 양재, 강동 등 4곳뿐이다. 운영 시간도 24시간인 일반 주유소와 달리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양재)로 제한된다.
최씨는 "이달부터 양재 충전소가 재개장하고서 충전 불편이 다소 해소됐다"며 "예전에는 충전하기까지 대기 시간이 1시간 넘게 걸렸지만, 요즘은 거의 대기 시간이 없을 정도로 상황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충전소가 곳곳에 있는 게 아니어서 손님을 태우러 가지 못하고 중간에 충전하러 가야 하는 불편은 여전하다"며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점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수소차가 주행 중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차량 1㎞ 주행 시 약 20㎎의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이날 기자가 주행 체험을 한 30여 분간 약 250㎎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양은 나무 한 그루가 약 2.5일 동안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와 동일하다.
1년간 수소택시 1대가 주행하면 성인 기준 약 32.8명이 1년간 사용할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생긴다.
또한 서울시 택시 약 7만2천대 중 10%를 수소택시로 전환할 경우 약 23만6천명이 1년간 사용할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최씨는 "모든 택시가 수소택시로 바뀐다면 동네가 조용해지고 공기도 깨끗해질 것"이라며 "차량 가격이 비싼 점과 충전소 문제를 얼른 개선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넥쏘는 가격이 7천만원가량이다. 여기에 보조금(국고+지자체)이 지원되면 실제 구매가격은 3천500만원 수준이다.
정부는 수소택시 시범사업을 내년까지 추진한다. 주행시험을 통해 내구성을 검증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수소산업진흥 전담기관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H2KOREA)에 따르면, 2019년 9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약 17만명이 수소택시를 체험했다. 택시와 개인 차량을 모두 포함해 서울 시내 운행 중인 수소차는 1천700대다.
추진단 관계자는 "서울시가 충전소를 늘리려고 적극적으로 협의 중"이라며 "정부 계획대로 충전소 구축이 이뤄질 경우 올해 말이나 내년이면 충전의 어려움이 효과적으로 해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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