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경 호위 CNN 취재팀에 미얀마인들 경적 울리며 "안 괜찮아요"

입력 2021-04-01 10:07   수정 2021-04-01 10:08

군경 호위 CNN 취재팀에 미얀마인들 경적 울리며 "안 괜찮아요"
군부 로비스트 "CNN 입국 주선"…주민들 냄비·깡통 두드려 표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미얀마 군부에 고용된 로비스트가 미국 CNN 취재팀 입국을 주선했다고 밝힌 가운데 시민들이 취재팀 이동 경로 곳곳에서 반(反) 쿠데타의 표현으로 경적을 울리고 냄비를 두드리며 군경의 탄압을 고발했다.




1일 트위터에서 '미얀마 CNN', 또는 '클라리사 워드'로 검색하면 수많은 동영상과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전날 CNN특파원 클라리사 워드(Clarissa Ward)가 미얀마 군부의 입국 허가를 받고 양곤을 방문했다.
클라리사와 촬영팀을 태운 흰색 차량을 3대 이상의 군경 차량이 호위한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미얀마 네티즌들은 클라리사가 군경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얀마 시민들을 인터뷰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고 "군부는 진짜 전쟁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 아무 일도 없는 곳만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군부는 자신들이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의 진실을 감추고 포장하기 위해 CNN 취재팀을 속이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얀마 군부가 고용한 이스라엘계 캐나다인 로비스트 아리 벤메나시는 로이터통신에 "내가 CNN 취재팀의 방문을 주선했고, 그들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군부는 지난 11일 "미얀마 사태는 서방세계가 잘못 추측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오해를 풀기 위해 로비스트를 고용했다"고 발표했다.



CNN 특파원의 방문 소식을 접한 양곤 시민들은 전날 오후 1시, 3시, 5시 세 차례에 걸쳐 동시에 경적을 울리거나 냄비·깡통을 두드리며 자신들이 괜찮지 않음을 표현하기로 약속했다.
널리 퍼진 동영상을 보면 전날 오후 3시께 CNN 특파원을 태운 차량 위쪽에서 양곤 시민들이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소음을 냈다.
동영상에는 "시민들은 CNN 특파원이 군부가 말하는 것처럼 이 나라가 평화롭지 않다는 것을 알길 원한다"는 설명이 붙었다.
또 다른 동영상을 보면 길에 늘어선 차량이 일제히 경적을 울리고, 탑승자들이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저항의 상징인'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군경에 끌려갈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에서 "CNN이여, 제발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라는 피켓을 든 청년도 있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가 일으킨 뒤 군경의 발포와 폭력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시민 536명이 목숨을 잃었다.




트위터에는 "CNN 취재팀 방문에 맞춰 경찰이 시위대 진압 시 과도한 폭력을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문건과 게시글도 퍼졌다.
미얀마 네티즌들은 해당 내용을 적은 경찰 문건이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양곤 시민들의 노력에 답하듯 클라리사 특파원은 자신의 SNS에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양곤 시내를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짧은 동영상에 "핸드폰은 소리를 잘 담지 못하지만, 시민들은 중무장 차량이 호송한 우리가 지나갈 때 냄비와 팬을 두드렸다"고 자막을 달았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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