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기고…'아메리칸 드림' 인생사 소개하며 '증오 근절' 촉구
"아시아인들, 미국 사회에 묵묵히 헌신…이젠 침묵 않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주 주지사의 부인인 한국계 유미 호건 여사가 1일 급증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범죄와 관련,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며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호건 여사는 이날 CNN방송 기고문에서 "미 역사상 첫 한국계 미국인 퍼스트레이디, 메릴랜드의 첫 아시아계 미국인 퍼스트레이디이자 이민 1세대로서 증오와 인종주의에 비통한 마음"이라며 "이제 목소리를 높여 행동을 요구할 때"라고 밝혔다.
호건 여사는 자신이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이민 온 지 41년, 싱글맘으로서 세 딸을 키우기 위해 하루 14시간, 16시간씩 일하면서 지낸 시간도 20년이 된다면서 글을 시작했다.
한국전쟁 발발 9년 뒤 한국의 작은 마을에서 여덟 자녀의 막내로 태어나 양계장에서 자랐다는 호건 여사는 당시 대부분의 한국인은 가난했지만 가족 모두 부지런히, 열심히 일했다고 소개했다.
깨져서 내다 팔 수 없는 달걀이 어린 시절 간식이었고, 버스가 없어 매일 2마일(약 3.2km)을 걸어 학교에 다닌 일화도 곁들였다.
호건 여사는 스무살 때 미국으로 건너와 홀로 세 딸을 키우면서 아파도 쉬지 못한 채 일했다면서 "아이들 모르게 조용히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며 이민자로서 겪었던 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을 생각해야 했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는 호건 여사는 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려고 무엇이든 했으며, 힘든 시절을 헤쳐나올 수 있었던 것도 딸들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딸 또래의 아이들과 공부하며 순수미술 전공으로 석사 학위까지 따낸 자신의 인생사가 곧 '미국의 이야기'라면서 "우리는 이 나라에 없어서는 안될 일부가 되었고, 미국을 만드는 데 기여해왔다"고 말했다.
호건 여사는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차별과 인종주의에 직면해 있다"며 "증오범죄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떠한 지원이나 경찰 대응도 제공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상점 유리창은 공격을 받아 깨지고, 아시아인들은 '대나무 천장'(bamboo-ceilings·아시아계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장벽을 뜻하는 말)에 승진이 가로막히며, 아이들 또한 왕따를 당하고 도시락통에서 '나쁜 냄새'가 난다고 모욕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힘은 다양성에 있고, 그 다양성 때문에 세계의 부러움을 받는 나라가 되었다면서 미국 지도자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증오범죄의 범주를 넓히고 처벌도 엄중히 하는 방향으로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건 여사는 "우린 더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도자들로부터 쏟아지는 지원이 반드시 현실이 되고, 우리 자녀들을 보호할 수 있는 지속적인 행동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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