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석 화석 CT로 갑각류 아가미같은 실가닥 구조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4억5천만 년 전 바다에 살았던 삼엽충이 다리 윗부분의 분지(分肢·upper branch)가 아가미 역할을 해 발달된 형태의 산소 호흡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UCR)에 따르면 고생물학 박사과정 대학원생 허우진보가 이끄는 연구팀은 삼엽충 화석의 다리 윗부분 분지에서 아가미와 같은 기능을 하는 흔적을 처음으로 찾아내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를 통해 발표했다.
삼엽충을 비롯해 고생대의 이지형 부속지를 가진 절지동물에서 다리 윗부분 분지가 호흡기능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윗부분 분지 내에서 갑각류의 아가미와 형태상 비슷한 아령 모양의 가는 실가닥 구조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 구조는 10~30 마이크로미터(㎛)밖에 안 되는 크기로, 머리카락 굵기(100㎛)의 3분의 1이 채 안 된다.
투구게처럼 반달 모양의 머리를 가진 삼엽충은 고생대 캄브리아기를 대표하는 바다 생물로, 페름기 말기까지 약 2억5천만 년간 생존하며 공룡보다 더 길게 종을 유지해 진화적 측면에서 성공적인 생물로 여겨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다리 윗부분 분지가 갑각류처럼 호흡 기능을 갖지 않는 쪽에 무게가 실려왔다.
연구팀은 그러나 '바보들의 금'(Fool's Gold)이라는 황철석으로 비교적 정교하게 보존된 삼엽충(Triarthrus eatoni) 화석을 컴퓨터 단층촬영(CT) 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아가미 구조를 3차원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미국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학자 멜라니 홉킨스 박사는 "화석을 둘러싼 암석에 구멍을 뚫거나 가루를 내지 않고도 화석을 볼 수 있었다"면서 "이 방법을 통해 현미경을 통해서도 보기 어려웠을 수 있는 구조를 찾아냈다"고 했다.
연구팀은 삼엽충의 혈액이 미세한 아가미 구조를 지나면서 산소를 공급받는 방식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게나 바닷가재 등 현대 해양 절지동물의 아가미와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해저에서 죽은 생물을 먹고 산 삼엽충은 아랫 다리로 먹이를 잡고 윗부분의 분지로는 수영하거나 땅 파는 용도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홉킨스 박사는 "다리 윗부분은 호흡기관이 들어서기에는 적합한 곳이 아니어서 분지의 기능을 놓고 과거에도 논란이 있었다"면서 "(현재 위치로는) 침전물로 막히기 십상이란 생각이 드는데, 왜 이런 부위에 호흡기관이 생기게 됐는지는 답을 구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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