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크루즈선 타고 베네치아 구경 이제는 옛말

입력 2021-04-03 20:28   수정 2021-04-04 04:24

대형 크루즈선 타고 베네치아 구경 이제는 옛말
이탈리아 정부, 석호 내 역사지구 진입 금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베네치아 석호 내 역사지구로의 대형 크루즈선 진입이 금지된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행정명령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크루즈선과 컨테이너선 등 대형 선박은 1094년 지어진 산마르코 대성당 등 주요 유적이 즐비한 역사지구 인근 수로로 운항할 수 없게 됐다.
대신 역사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마르게라 산업 항에 정박해야 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석호 외곽에 크루즈선 전용 터미널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118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베네치아와 석호는 1987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보호받고 있다.
유네스코는 그동안 크루즈선과 같은 대형 선박 운항이 연약한 중세·르네상스 시대 건축물의 수명을 단축하고 세계 유일무이한 석호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며 운항 제한을 요구해왔다.



2019년 6월 역사지구 인근 주데카 수로에서 발생한 크루즈선 추돌 사고는 대형 참사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마저 고조시켰다.
당시 대형 크루즈선이 엔진 고장으로 주데카 수로 내 부두에 정박해 있던 작은 유람선을 추돌해 최소 5명 이상이 부상했다.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문화부 장관은 "수백 미터 길이에 아파트 건물만한 대형 선박이 취약한 수로를 운항하는 모습에 위협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문화 유적 보호와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2013년과 2017년에도 대형 크루즈선의 베네치아 역사지구 수로 진입을 제한하려다 크루즈선 업계 등의 반발로 실행하지 못했었다.
세 번의 시도 끝에 결실을 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비상사태에 힘입은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2월 바이러스 사태 이후 정부의 제한 조처로 크루즈선 운항이 좀처럼 정상화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2차 유행이 본격화한 작년 12월부터는 베네치아 석호 내 주요 수로 진입이 금지됐다.
사람의 발길이 줄면서 역설적으로 지난 1년간 석호 수질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생태계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는 환경 실태 보고가 나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기준으로 베네치아를 찾는 방문객 수는 연간 2천500만명에 달한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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