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48곳 사업 제안 접수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신청지 341곳에서만 32.8만호 가능…이미 목표 초과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2·4 대책 중 핵심 내용인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 지자체와 조합이 50곳 가까이 참여 의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4 대책의 또 다른 축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에 총 341곳의 후보지가 접수돼 이 중 21곳이 1차 선도사업지로 선정된 바 있다.
집을 더 이상 지을 수 없을 것만 같아 보이던 서울 등 도심에도 충분히 새집을 지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기 위해 고안된 2·4 대책이 초반에는 지자체 등의 높은 관심을 끌며 흥행하는 모양새다.
4일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후보지로 최근까지 총 48곳의 후보지가 제안돼 국토부가 검토 작업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직접 사업 시행을 이끌면서 진행하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다.
과감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임대주택 기부채납을 덜 강요해 기존 민간사업을 할 때보다 토지주 등의 수익을 10~30%포인트 더 보장한다.
공공이 직접 시행하니 조합이 있을 필요도 없어 이들 사업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도 면제된다.
당초 공공이 직접 시행을 맡고 조합원은 집을 현물선납한 뒤 사업이 끝나면 새집을 정산받는 방식으로 진행돼 기존 조합의 거부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주판알을 튕겨보면 이익이 되는 사업이니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48곳 중 41곳은 지자체가 제의한 후보지이고 7곳은 민간 조합이 직접 신청한 곳이다.
지자체가 신청한 사업지 중 19곳은 재개발 구역으로, 지역별로는 서울 14곳, 인천 4곳, 부산 1곳이다. 22곳은 재건축으로 모두 서울에서 신청됐다.
민간 제안 후보지는 재개발은 서울 2건과 경기 1건, 인천 1건 등 총 4건이고 재건축은 서울 2건과 대구 1건 등 총 3건이다.
정부는 이달 중 이들 후보지 중에서 선도사업지를 선별해 발표하고 주민 동의 확보 등 후속 절차를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조합원 절반의 동의로 정비계획 변경을 제안하고 그 후로 1년 이내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국토부는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등을 고밀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의 경우 지난달 1차 선도사업지 21곳을 공개한 데 이어 이달과 내달 서울 2·3차 지자체 제안 후보지를 발표하는 등 사업지를 확대할 예정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을 신청한 후보지 341곳에 대해 1차 선도사업 후보지의 사업 유형별 평균 세대수를 활용해 주택 공급물량을 추산했을 때 총 32만8천호가 나올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2·4 대책을 통해 제시한 서울 주택 공급 목표가 32만3천호인데, 대책 발표 두달 만에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에서만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수 있는 신청이 접수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다 주거재생혁신지구 사업, 소규모 정비사업 등 다른 주택공급 사업이 남아 있다.
지난달 발표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후보지 공급 물량 2만5천호에다 앞서 공개된 공공재개발 후보지 2만5천호를 합하면 5만호의 서울 신규 공급 부지가 선정된 셈이다.
이는 서울 연평균 공급물량 7만6천호의 66% 수준이다.
하지만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되려면 근거법이 마련돼야 함에도 아직 2·4 대책 관련 법인 '공공주택특별법'이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의 개정안 처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이달 중 관련 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의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LH 땅 투기 사건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에 흠집이 생긴 것은 공공 주도 주택 공급 사업을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국토부 관계자는 "2·4 대책 등을 통해 발표된 신사업 모델과 목표 물량이 실현 가능성이 높고, 향후 충분한 주택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라며 "대책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4 대책 발표 이후 서울의 주택시장도 안정을 찾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2월 첫째 주 0.10%로 올해 최고치를 찍은 이후 2월 둘째 주 0.09%에서 단계적으로 축소돼 지난주 0.05%까지 내려섰다.
실거래 가격이 10% 가까이 하락하는 단지도 보인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8단지의 경우 52.74㎡가 1월 21억원(9층)에 거래됐으나 지난달은 19억원(6층)으로 2억원(9.5%) 내렸다.
성북구 돈암동 현대아파트의 경우 41.58㎡가 2월 5억5천800만원(9층)에 팔렸으나 지난달엔 5억400만원(8층)으로 5천400만원(9.7%) 하락했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